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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 나타났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과 동물은 하나의 창조적 기원에서 시
작되어 번성하였다. 따라서 모든 생명의 아버지는 하느님이시고 우리 모두는 하느님 아버지
의 자녀이다.
‘우리’라는 말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 맺어진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의미한다. 139) 곧 ‘우
리 아버지’라 할 때 그리스도를 통한 새롭고 영원한 계약이 이루어졌음이 드러나고 곧 우리
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고 그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신 것이다. 140) 문법적으로 ‘우리’는 여러
사람에게 공동으로 관계되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한 성령을 통하여 한 성부와 친교를
이루고 그 안에서 우리는 한마음 한뜻이 된다. 141) ‘우리’라는 말은 모든 개인주의에서 우리
를 해방시킨다. 142) 따라서 하느님 사랑에는 국경이 없으므로, 우리의 기도에도 국경이 없어
야 한다. 모든 사람과 피조물에 대한 하느님의 이러한 배려 속에 우리가 감히 ‘우리’ 아버
지라고 말할 때, 우리의 기도는 그런 폭넓은 사랑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143)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를 때, 우리는 있는 모든 것을 하느님 안에서 인식하게 된
다. 하느님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 안에서 인간은 더 이상 쪼개지고 대립되는 세상이 아니
라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 하나인 세상을 보게 되고 누리게 된다.
이러한 영적인 새로운 자각은 인간이 다른 피조물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를 재정립시켜
준다. 곧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은 창조주 아버지에 근원을 두고 있는 한 형제자매이
며 또한 동시에 한 가족으로서 공동 운명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깨달음이다. 성령 안에
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가 다른 피조물을 자신의 소유물로 대상화하고 마음대로
착취하고 파괴하고 조작하고 변형시킬 수 없다. 주님께서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로 계시하
시고 성령 안에서 고백하게 하시고 교회 안에서 늘 기도하게 하신 것은 바로 하느님을 아
버지로 고백하는 이들이 모든 피조물을 형제자매인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실천적인 삶으
로 초대하신 것이다.
‘하늘에 계신’은 장소(공간)가 아니라 존재 양식을 가리킨다. 이는 멀리 계신 하느님이 아
니라 ‘모든 것을 초월하여’ 계시는 분임을 드러낸다. 또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말
을 의인들의 마음에 계시다는 의미로 알아듣는 것은 올바른 이해이다. ‘하늘’은 천상의 모습
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며 그들 안에 하느님께서 사시고 거니시는 것이다. 144)
모든 것으로부터 초월해 계시는 분이기에 어느 곳에 매이거나 한정되지 않고 어디에나
계실 수 있다. 곧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의미는 동시에 어디에나 존재하실 수 있다는 의미
이다. 창조된 세상 속에 창조주가 도달 할 수 없고 머물 수 없는 곳이 있을 수 없다. 그래
139) CCE, 2786, 참조.
140) CCE, 2789, 참조.
141) CCE, 2790, 참조.
142) CCE, 2792, 참조.
143) CCE, 2793, 참조.
144) CCE, 279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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