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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복구할 만한 지식도, 회복시킬만한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태계에 대한
전적인 변형과 조작은 오직 전지전능(全知全能)한 분에게만 합당하고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시편과 지혜 문학은 그 무엇보다 인간이 하느님의 전지전능 앞에 무지무능(無知無能)의 상
태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현명한 길임을 역설하고 있다. 124)
생태계에 대한 한정된 지식과 한정된 능력밖에 소유하지 못했으면서도 자신의 지식과 능
력을 한없이 초과하여 생태계에 변형과 조작을 가함으로써 생태계를 ‘복구’와 ‘회복’이 불가
능한 상태로 이끌고 있는 인류는 뒤늦게 생태계에 대한 무분별한 변형과 조작을 통해 결국
생태계와 생명 공동체로 묶여 있는 인간 생명 또한 복구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들고 있
음을 깨닫고 있다. 따라서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사상이 간직하고 있는 자신의 무지(無知)를
깨닫는(知) 지혜는 교만으로 눈이 먼 현대의 인류에게 알 수 없는 신비에 대한 경외심을 갖
게 함으로써 이성적 사유와 종교적 사유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이러한 균형은 생태계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겸손과 경외로 이끌어 생태계의 무분별한 파괴를 막도록 할 것이
다. 125)
다) 정복을 위한 지식에서 순응을 위한 지혜로
시편과 지혜 문학은 하느님의 뜻에 역행하기보다 하느님의 뜻에 순응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태도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현세적 이익과 풍요를 좇아 하느님의 율법을 무시하는
이는 일시적으로 풍요를 누리고 세속적인 행복을 누리는 것 같지만, 그들의 풍요와 행복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 진정한 행복은 현세적이고 인간적인 노력을 기울이
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사람’ 곧 하느님과의 관계가 올바른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126)
그렇기 때문에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사상의 경전인 성경은 결코 생태계의 환경을 조작하
고 정복하기 위한 지식의 축적을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태계를 다스리는 하느님의 뜻
을 찾고, 두렵고 조심스런 마음으로 하느님의 이끄심에 순응하는 지혜를 강조한다. 이러한
사고는 생태계에 대한 지식의 지평을 확대함으로써 생태계에 대한 활용의 범위를 무한정
넓히려는 현대인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준다. 또한 생태계의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인간
지식 축적의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게 한다. 곧 지식의 축적이 하느
님에 대한 앎을 심화하고 하느님의 뜻을 찾아 ‘올바른 길’을 걷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태
계의 자원을 더 많이, 그리고 더 근원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분명 지식의 축적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인류를 파멸로 이끌게 됨을 일깨우고 있다. 127)
따라서 올바른 길을 위한 것인지를 묻지 않은 채, 지식의 축적에만 매달림으로써, 자신들
124) 위의 글, p. 97, 참조.
125) 위의 글, p. 98, 참조.
126) 위의 글, p. 98, 참조.
127) 위의 글, pp. 98-9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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