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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들의 안녕과 평화도 추구하고 있다(탈출 34,26; 레위 19,19;
27,26). 107)
안식일(安息日) 규정은(탈출 31,15-17) 인간뿐 아니라 동물까지도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
시키기 위함이었다(신명 5,12). 이는 인간이 땅을 경작하는 노동 행위가 분명하게 제한되어
야 함을 말하고 있다. 안식년(安息年) 규정은 여섯 해만 소출을 거두게 하고, 일곱째 해에는
밭에 씨를 뿌려서도 안 되고, 수확한 후 저절로 자란 곡식을 거두어도 안 되며, 가꾸지 않
은 포도나무의 열매도 따먹을 수 없다고 말한다(레위 25,4-5). 이는 땅에서 나오는 소출을
남종과 여종, 그리고 품팔이꾼과 몸 붙여 사는 거류민들과 나누기 위함이며, 더 나아가 땅
에 사는 짐승과도 땅의 소출을 나누기 위함이었다(레위 25,7). 이러한 안식년 규정은 인간
이 행하는 땅의 경작이 분명하게 제한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이스
라엘이 가지고 있었던 땅에 대한 공동 소유의 사상이 잘 반영되고 있다. 희년 규정(레위
25, 8-16)은 야훼의 뜻에 따라 분배된 땅의 질서를 오십년 마다 다시 회복시켜 줌으로써,
하느님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선물로 주신 땅의 본래의 목적을 되살리고 있으며, 생존의
수단인 땅의 편재를 막음으로써 인간 사회의 파괴된 질서를 회복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자
원을 모두가 평등하게 활용하여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고 있다. 108)
따라서 유다-그리스도교의 전통사상은 ‘땅’으로 대변되는 모든 자원은 인간뿐 아니라 다른
생명체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하느님으로부터 선물로 주어진
자원은 언제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건전한 생명 유지라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합
당하게 배분되어야 하고, 또한 배분된 자원은 창조 질서에 맞게 가꾸고 돌봐야 한다는 의
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9)
이러한 유다-그리스도교의 전통사상은 특정한 지역이나, 혹은 특정한 국가, 더 나아가 한
개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생태계가 함부로 정복되며 착취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자원은 생명을 가지고 있는 모든 생명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선물로 부여된
것이라는 사상을 전파함으로써, 생태계의 정복과 착취, 그리고 그에 따른 부의 편재에서 오
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극복하게 할 것이고, 현대의 인류가 공생의 길을 찾고, 모든 생명체
들의 생명 활동을 위해 자원을 선용하는 생태계 회복의 길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다. 110)
3) 신정(神政)의 신학이 가지는 생태학적 의미
가) 인간 중심이 아닌 하느님 중심의 역사관
107) 위의 글, p. 73, 참조.
108) 위의 글, pp. 73-74, 참조.
109) 위의 글, p. 74, 참조.
110) 위의 글, p. 7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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