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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의 파괴는 창조하는 하느님의 개념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오직 인간과 인간 앞에
놓인 우주 만물만이 존재한다는 이원론적 세계관에 사로잡히면서 시작된 것이다. 더구나 모
든 개념과 가치들이 이성의 작용에 따른 결과물이라 단정한 채, 인간의 이성이 신적인 것
까지 포함한 모든 만물의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만물의 척도’라고 여기면서, 만물은 인간
이성 앞에 인간을 위한 소모 자원이요 도구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98)
따라서 인간이 지닌 ‘하느님의 모상성’을 이유로 인간이 생태계에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위치와 특권을 차지함을 강조하지 않고, 인간이 생태계에 대해 지니고 있는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인간 역시 ‘창조물’이라는 성경의 인간관을 회복시킴으로써 인간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게 될 때, 하느님의 ‘모상성’에 치우쳐진 불균형 상태가 극복되고 인간의 ‘피조성’이 자
각될 것이다. 이로써 생태계에 대한 존중의 정신과 ‘형제애’가 회복될 것이며, 결국 생태계의
회복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99)
다) 생태계 회복으로서의 구원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사상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잘못되었을 때, 곧 인간이 하느님의
뜻에 순응하지 않았을 때, 인간만 고통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죄로 인하여 생태계
가 황폐해 진다는(이사 24, 3-6)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인간이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
계를 회복하게 되면 인간만이 아니라 생태계도 본래의 생명을 회복한다는(이사 11,6-8), 공
동 운명체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100)
또한 그리스도이신 예수는 만민뿐만 아니라 모든 창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라고(마르 16,
15) 101) 명하고 있으며, 바오로 사도 역시 모든 창조물이 신음하며 구원된 인간을 고대하고
있다(로마 8,22)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사상에 있어 ‘구원’이란 우선
인간이 회개하여 하느님을 찾는 것이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구원을 통해 죄(혼
돈)에 물든 생태계의 창조 질서가 회복되는 것이다. 102)
2) 계약과 율법의 신학이 지니는 생태학적 의미
가) 하느님의 종이며 창조물의 형제인 인간
97) 위의 글, p. 62, 참조.
98) 위의 글, p. 62, 참조.
99) 위의 글, p. 63, 참조.
100) 위의 글, p. 64, 참조.
101) 마르코 복음서는 예수님의 복음 선포 대상을 모든 창조물(πάση τη κτίσει)로 확대하고 있다.
102) 앞의 글, p. 6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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