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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와  예언서는  인류가  오직  진화와  발전의  길만을  걸어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

                  느님의  창조  질서에서  벗어나  퇴보와  타락의  길을  걸어  왔음도  인식할  것을  촉구하고  있
                  다.  또한  발전과  번영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오히려  인간을  죽음과  파멸의  길로  이끌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111)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은  풍요와  번영만을  추구하며  풍요의  신에게  번제물을  바치
                  면서도  자신들의  삶이  타락해  가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결국  멸망과  유배를  겪게  되면서
                  지난날  풍요와  번영을  추구했던  삶의  태도가  오히려  자신들을  고통과  파멸의  길로  이끌었

                  음을  깨닫게  되고,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하느님께서  주신  올바른  삶의  길에서  이탈해  있었
                  음을  뒤늦게  뉘우치게  된다.  이는  오직  인류의  진화와  발전을  위해,  그리고  물질적  풍요와

                  육체적  쾌락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왔지만,  자신들의  그러한  노력이  오히려  인류의  파멸
                  을  앞당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현대인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112)
                    따라서  역사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착각  속에서,  오직  인간  사회의  발전과  풍요를  주는
                  길이  ‘좋은  길’이라는  사고  속에  매몰되어  있는  현대의  인류에게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사상

                  의  신정(神政)의  역사관은  역사  속에서  다시  ‘올바른  길’을  추구하도록  이끌  것이다.  인간의
                  역사를  인간  중심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역사를  하느님  중심에서

                  바라보기  시작할  때,  인간은  역사  속에서  ‘풍요의  추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역사  속에서  발전과  풍요
                  가  아니라  ‘올바른  길’을  추구하게  될  때에,  비로소  생태계를  도전과  정복에  시각에서  바라
                  보는  사고를  극복하게  되고,  생태계와의  조화와  상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113)



                          나) 인간의  역사가  아닌  생태계의  역사



                    역사에  대한  인간의  주도권의  포기는  또한  역사를  오직  인간만의  역사로  바라보지  않고
                  생태계  전체의  역사로  바라보는  시각을  열어  준다.  역사의  주재자를  창조주  하느님으로  상
                  정할  경우  인간의  역사는  자연스럽게  모든  창조물의  운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

                  사서와  예언서들은  인간의  역사와  땅의  역사,  혹은  생태계의  역사를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
                  지  않는다.  인간이  하느님의  통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거역하게  되면  인간뿐  아니라  땅까지

                  황폐하게  되어  소출을  내지  않으며,  다른  생명체들까지  생명을  잃게  된다(2역대  7,21-22;
                  예레  34,22;  아모스  4,9;  말라  1,3).  때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깨우쳐  주기  위해  자연의
                  재앙을  일으키기도  하시고(시편  78,44-48),  자연을  황폐화시킴으로써  인간이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이끄신다(1열왕  9,8-9).        114)
                    따라서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사상은  역사를  오직  인간의  것으로만  보지  않고  하느님과의


                  111)  위의  글,  p.  83,  참조.
                  112)  위의  글,  p.  83,  참조.
                  113)  위의  글,  pp.  83-84,  참조.
                  114)  위의  글,  p.  8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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