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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그리스도교  전통사상은  분명히  ‘창조하시는  하느님’과  ‘창조된  창조물’로  구별되는  세

                  계관을  갖는다.  그러나  이  세계관은  결코  ‘인간’을  ‘창조물’의  범주에서  제외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창조주  하느님  앞에서  인간은  모든  자연  만물과  함께  ‘피조물’로서  공통된  정체성을

                  갖는다.   85)
                    반면  희랍적  사고(헬레니즘)는  신적인  것을  포함한  자연  만물과  인간을  하나의  통일체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신적인  것들을  포함한  자연  만물이라는  대상과,  대상들  앞에
                  서있는  주체로서의  인간이라는  근원적인  이원론을  극복할  수  없다.  곧  신을  포함한  모든

                  자연  만물은  인간  앞에  놓인  하나의  ‘탐구대상’이다.  곧  유다-그리스도교  전통사상이  ‘창조
                  주’와  ‘창조물’을  구별하고  있다면,  희랍  사상은  ‘인식주체’와  ‘인식대상’을  구별  짓는  이원론

                  을  가지고  있다.    86)
                    피조물에  대한  전적인  소유권과  통치권을  오직  창조주  하느님께  귀속시키는  사유체계는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경외를  불러일으키고  창조주의  뜻에  따라  살아가도록  하기에,  결코
                  인간을  제외한  창조물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는  사상적  배경이  될  수  없다.

                    또한  유다-그리스도교의  창조  신앙이  하느님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연  속에  갇혀  계실  수
                  있다는  생각을  배제하게  하여,  하느님  외의  모든  것에  대한  신성의  부여를  거부함(脫神性

                  化)으로써,  인간에게서  자연을  신성시하는  마음을  빼앗아,  그  결과로  자연에  대한  착취와
                  파괴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유다-그리스도교의  창조  신앙이  자연에  정령이  깃들여  있으며
                  자연  자체가  신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배제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창조  신앙은  자연
                  만물이  창조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있으며  모든  만물이  창조주의  영광을  찬미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신앙이  탈신성화를  가져왔다고  해서  창조신앙이  자
                  연에  인간의  자의적  파괴와  착취를  조장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                 87)

                    그리고  ‘창조신앙이  인간에게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독특한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인간이
                  모든  만물을  마음대로  착취하여도  된다는  사상적  바탕을  제공하였다.’는  비판  역시  옳지  않
                  다.  창조신앙  속에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다른  창조물보다  아무리  더  높은  지위를
                  얻는다  하여도,  인간이  다른  모든  창조물과  함께  공유하는  ‘피조성(彼造性)’이라는  더  큰  동

                  질감이  확보되며  창조주로서의  하느님과  피조물로서의  인간이라는  건널  수  없는  간극을  확
                  보하기  때문이다.      88)





                          나) 역사적  검증



                    책임론은  유럽에서  자연  과학의  발전과  산업  사회를  이끌었던  사람들이  비록  그리스도교


                  85)  위의  글,  p.  36.  참조.
                  86)  위의  글,  p.  37.  참조.
                  87)  위의  글,  p.  38.  참조.
                  88)  위의  글,  pp.  36-3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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