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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문



                      가. 그리스도교의  영성


                        1) 신학적  전제



                    인간  본성은  역동적으로  자아실현을  지향한다.  일반적으로  철학적  인간학이  은총의  개입
                  없는  인간  본성이  ‘자아실현’  속에  ‘궁극적  행복’에  도달하는  것을  주제로  삼는다면,  신학적
                  인간학은  ‘하느님의  초자연적  은총’이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역동적으로  개입하고  인간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함으로써  ‘궁극적  행복’에  도달함을  그  주제로  삼는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는  한  존재자(ens,  개인)가  자신을  성취하게  되

                  는  ‘선험적인  틀이  본성(natura)’이며  본성은  존재(esse)와  연결되어  있고,  인간의  행위는  선
                  험적  본성을  따르는  것으로  보았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25~1274)
                                                    75)
                  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개념어를  이어  받으면서도  인간은  이미  완결되어  고정된  본성
                  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개방성  속에서  자신을  초월하는  존재로서  인간  본성
                  은  하느님에  의하여  은총을  통해  자신을  넘어  충만함에  도달한다고  보았다.                     76)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은총이란  인간  본성에  영향을  미치고  인간  안에  덕을  낳는  그  자체
                  로  인간과  구별되는  앞선  다른  주체이며  하나의  원리다.  그러나  이  은총은  또한  인간이라
                  는  주체를  전제로  한다.  은총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언명된다.  하느님의  자유롭
                  고  무상한  자비와  사랑  그  자체를  토마스  아퀴나스는  ‘창조되지  않은  은총(Gratia  increata)’
                  이라  하고,  이러한  창조되지  않은  은총이  인간  안에서  창조적으로  작용하여  내적으로  인간

                  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도록  실제적(實際的)  변화를  가져온  체험  가능한  실재(實在)를  ‘창조
                  된  은총(Gratia  creata)’이라  하였다.




                        2) 영성(Spiritualitas)



                    ‘영적인’의  의미를  지닌  형용사  ‘spiritualis’에서  파생된  ‘spiritualitas’가  그리스도교  전통에
                  서  성령과  연관된  종교적  의미로  사용될  때에  ‘영성(靈性)’의  의미로  쓰인다.                  77)
                    현대의  신학자들이  내리고  있는  ‘영성’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발타사르(Hans  Urs  von
                  Baltahasar,  1905-1988)는  영성을  ‘한  인간의  삶에서  취하는  종교적  또는  일반적인  윤리적

                  이해에서  나오는  실제적이고  존재론적  기본태도’로  정의하고,  영성은  선포된  하느님의  말씀
                  을  씨앗과  같이  받아들여  성장시키는  것인데,  하느님  말씀을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  받아들
                  여  살아가는  것이  영성이기  때문에  영성은  본질적으로  하나이면서도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만큼  다양해  질  수  있다고  하였다.  숫드브락(Josef  Sudbrack,  1925-2010)은  영성은

                  75)  ‘행위는  본성을  따른다.’(Agere  seguiture  esse)
                  76)  ‘은총은  본성을  전제하며  이를  완성한다.’(Gratia  suppnit  naturam  et  perficit  illam)
                  77)  가톨릭신학연구실,  「영성신학입문」,  가톨릭교리신학원,  2017.  pp.  12-1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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