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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논마을은 교회가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서, 제주교안을 경과하면서 많은 교민들이 피살
되어 교세가 급격하게 약화되었지만, 그때까지도 교민들 상당수가 모여 거주하던 교민촌이
었다. 한편 하논마을과 인접한 서귀동은 포구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일본상선이 수없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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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을 왕래하였고, 이곳에 일본인 수십 명이 천막을 쳐서 어업활동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같은 지역에서 프랑스 신부가 포교를 하던 천주교회와 경제권을 장악해가던 일본어민들 사
이의 갈등은 언제라도 표출될 수 있었다. 더구나 송시백이 하논본당을 설립했던 김원영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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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은 제주교안 발생 이전부터 교회에
대한 반감을 가졌던 토착세력과 일본어민들이 교안 이후 교회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일
으킨 것으로 볼 개연성이 높다.
당연히 타케 신부는 이 사건을 일본인들이 교회에 대항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일으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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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으로 파악하였다. 또한 당시 라크루 신부는 일본인들이 프랑스와의 충돌을 구실로 한
국 영토를 점령하고자 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는 뮈텔 주교가 직접 나서서 서울의 일
본 공사관과 담판하여 이 사건을 해결할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제주지역의 여론을 듣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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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이 사건의 원인은 서귀포의 일본어 통역사 송시백에게 있고, 목사는 일본인들을 두려워
하여 처벌하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제주도 주둔 조선수비대 대장도 군인들의 행동 시 수백
명의 일본인 어부들이 군인들에게 대항할까 봐 두려워하였다고 하였다. 51)
목사는 이 사건에 대해 라크루 신부가 주교에게 보고하는 시기를 늦춰달라고 부탁하였다.
결국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송시백을 감옥에 가두었다고 전하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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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루 신부는 홍로본당의 타케 신부가 자제하지 않았더라면, 교회가 일본인들의 표적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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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을 것이고, 타케 신부도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교회 측의 일본
에 대한 경계는 이미 제주지역에서 천주교회의 영향력이 약해진 반면, 일본 세력이 커져가
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라크루 신부는 제주읍에 정착한 일본인 영어교사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집을 매입한 데 대하여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였는데, 이는 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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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1906년 발생한 상명리의 소나무 벌목
사건을 치르면서 교회는 제주에 진출한 일본세력의 실상을 뚜렷이 확인하게 되었다. 55)
46) 이 사건의 전말은 신축교안과 제주 천주교회, 254∼271쪽에 수록된 기록을 통하여 살펴볼 수 있
다. 타케 신부는 만취한 일본인 13명이 일장기를 펼쳐들고 무기를 든 채로 박재순의 집을 공격하였다
고 보고하였다(「뮈텔문서」, 타케신부의 1902년 6월 17일자 서한).
47) 1902. 5. ; 1902-118 ; 자료집 2, 263쪽. 일본어민들의 제주 연근해 포구로의 진출은 이미 1880년
대부터 이루어져 제주어민들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박찬식, 1901년 제주민란 연구 제7장 참조).
48) 「뮈텔문서」, 타케신부의 1902년 6월 17일자 서한.
49) 「뮈텔문서」, 타케신부의 1902년 6월 17일자 서한) ; 1902년 7월 20일자 서한.
50) 「뮈텔문서」, 라크루신부의 1902년 6월 28일자 서한.
51) 위와 같음.
52) 「뮈텔문서」, 라크루신부의 1902년 6월 30일자 서한.
53) 「뮈텔문서」, 라크루신부의 1902년 7월 26일자 서한.
54) 「뮈텔문서」, 라크루신부의 1903년 3월 12일자 서한.
55) 소나무 벌목 사건의 실상은 신축교안과 제주 천주교회, 284∼289쪽과 초기 본당과 성직자들의
서한(1), 208∼215쪽과 초기 본당과 성직자들의 서한(2), 232∼235쪽에 기록되어 있다. 1906년에
발생한 이 사건은, 라크루 신부가 1903년경 장차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할 재목을 얻기 위하여 상명리
의 소나무밭을 매입한 적이 있었는데, 1906년경 일본인들이 제멋대로 이 밭의 소나무 25그루를 전신
주용으로 벌목하여 버린 데서 비롯되었다. 1901년경 라크루 신부는 소나무값을 대신하여 상청골의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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