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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발표]



                                           에밀  타케  신부의  제주도  사목활동





                                       박  찬  식  박사(역사학자,  전  제주학연구센터장)







                    1.  머리말


                    에밀  타케(Emile  Taquet,  嚴宅基,  1873∼1952)  신부는  1902년  제주도  남부지역의  중심

                  인  서귀포의  하논성당  제3대  주임신부로  부임하여  1915년  목포  산정동성당으로  옮길  때까
                  지  오랜  시간  동안  제주도에서  사목  활동을  펼쳤던  사목자였다.  그는  1901년  신축교안(‘이
                  재수란’)으로  황폐화된  하논성당을  복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주도  남부지역  선교의  새로운
                  거점인  홍로  마을로  성당을  이전하여  왕성한  사목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성공적인  선교사목
                  활동으로  자칫  설립한  지  몇  년도  안  되어  좌초할  뻔했던  제주교회는  복구되어  새로운  활

                  력을  얻게  되었다.
                    타케  신부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근대시기에  전교의  자유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향촌
                  사회에서  관・민에게  ‘양대인자세(羊大人藉勢)’의  권위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던  파리외방선교회
                  출신  여타  신부들과는  달리  제주도의  생태와  문화,  사회와  사람들을  진정과  따뜻한  마음으
                  로  만났던  사제였다.   오늘  발표에서  타케  신부의  제주도  선교사목  활동을  역사적으로  살
                                     18)
                  펴보면서  그가  제주섬에서  지냈던  여정의  시간을  반추해  보고자  한다.
                    발표자는  기왕의  연구를  통해  1901년  제주교안(제주민란)을  ‘근대  외래문화와  토착문화의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  바  있다.  이  민란의  발발  과정에서  주목되는  사건이  하논성당
                  에서  일어난  ‘오신락  노인  사망’이며,  그  배경에는  1900년  김원영  신부가  저술한  교리서적
                  수신영약(修身靈藥)이었다.  수신영약에는  토착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민간  무속신앙과

                  제주지역에서  행해지는  각종  제례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이단으로  규정하여  배격하는  내용
                  이  담겨  있다.  수신영약에  담긴  내용과  같이  천주교회는  당시  지역사회와  문화에  대응하
                  여  충돌했으며,  결국  신축교안의  주요  발발  원인으로  작용했다.
                    “1901년  제주민란을  전후하여  제주민들의  삶과  문화는  외부로부터  들어온  봉세관과  천주
                  교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제주민들은  고려  때  호종단(胡宗旦)이  입도하여  지맥・혈

                  맥을  끊어버려  탐라의  전통을  말살하고,  2백  년  전  이형상  목사가  부임하여  신당을  모두
                  불태워버림으로써  토착문화를  부정한  사실을  떠올렸다.  천주교는  제주민들이  믿고  모셔온
                  제주신령을  ‘악귀’로  여겨  배격하였고,  이에  대해  제주민들은  천주교를  ‘제주를  빼앗기  위해’
                  온  것으로  인식하여  강력히  저항하였다.  지금으로부터  1백  년  전  제주는  무교와  유교가  공

                  18)  정홍규,  에밀  타케의  선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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