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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청하는  것은  우선  먼저  유혹과  시련을  분별하는  식별력을  청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영혼의  단련을  위한  힘든  ‘시련’을  악마의  소행으로  인식하고,  먹
                  음직스럽고  소담스러운  악마의  유혹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착각한다.  그리스도께서는  광야에
                  서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다.  사탄의  유혹은  진정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웠다.  돌이  빵이  되는

                  육체적  만족과  모든  세상의  나라를  차지하는  정신적  권력과  천사들이  떠받드는  영적인  명
                  예가  유혹으로  주어졌다.  주님은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만의  경배와  섬김’과  ‘하느님이
                  계신지  시험하지  않음’으로  유혹을  물리쳤다.(마태  4,3-10)
                    인간은  물질적  풍요와  세속적  권력과  세상의  명예를  얻게  되면  이를  하느님의  축복으로
                  여기며  하느님께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으로  감히  하느님께  보상하려  한다.  하지만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살아내기  위해  물질적  풍요를  포기하고,  오직  하느님을  섬기기  위

                  해  권력을  포기하며  하느님을  시험하지  않기  위해  명예를  포기하게  되는  때를  인간은  때때
                  로  악마가  하느님과  자신을  갈라놓기  위한  ‘유혹’의  시간으로  여긴다.
                    유혹에  빠진  인간은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을  하느님의  축복이라  착각하는  인간은  생태
                  계를  심하게  파괴시킨다.  물질적  풍요와  세속적  권력과  세상의  명예를  하느님의  축복으로
                  청하며  갈구하는  이들은  이를  위해  피조물을  형제자매가  아니라  자원으로  착취하고  인간과

                  피조물을  자신의  뜻에  따라  지배하려  들며  헛된  명예에  목을  맨다.  그리고  스스로  이기로
                  가득  차  성령의  은총을  잃고  점차  내면의  충만함을  상실한  채,    메마르고  초라한  모습으로
                  죽어가고  있음은  식별하지  못한다.
                    유혹과  시련을  식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근원적  유혹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유혹에  빠
                  지지  말게  해달라는  기도는  유혹과  시련을  식별하는  성령의  빛을  청하는  것이며  또한  동시

                  에  유혹이  아니라  비록  시련이라도  참된  구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청하는  것이다.
                  인간은  악마의  유혹과  하느님의  단련을  분명하게  식별하고  성령  안에서  용기  있게  바른  길
                  을  걷는  동안에는  생태계에  대한  어떠한  파괴적인  범죄도  저지르지  않게  된다.


                          아) 악에서  구하소서



                    Ἀλλὰ(반대로)
                    ῥῦσαι(끌어내소서)  ἡμᾶς(우리를)  ἀπὸ(~로부터)  τοῦ(그)  πονηροῦ(악)


                    악(惡)은  추상적이지  않고  한  위격,  곧  사탄,  악마이다.  ‘악마’(dia-bolos)는  하느님의  계획
                  과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가로막는’  자이다.                  169)     이  기도는  악
                  의  세력이  주도하거나  선동하는  모든  악에서  해방시켜  주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170)

                    ‘악마(dia-bolos)’는  무섭고  괴기스러운  무엇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는  달
                  콤한  유혹자다.  무섭고  흉측한  존재의  접근은  오히려  인간이  하느님을  찾게  한다.  때문에


                  169)  CCE,  2851,  참조.
                  170)  CCE,  285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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