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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인간을  갈라놓을  수  없다.  하느님과  인간을  갈라놓은  가장  좋은  방법은  하느님이

                  아닌  것을  하느님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곧  ‘우상’이  인간을  하느님과  갈라놓게  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우상’을  하느님으로  ‘숭배’할  때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완전히  돌아선다.
                  ‘우상’이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이  아니면서도  ‘좋은  것’이고  매우  ‘힘이  센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  인간은  좋은  것인  돈과  힘이  센  권력과  아름다운  명예가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이라  믿고  소망하며  그것들을  사랑하여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상실한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악마의  더  심층적이고  치명적인  이간질은  ‘인간이  하느님을  우상으
                  로  섬기게  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하느님을  흠숭하면서  주님의  기도와  전혀  다른  기도
                  를  하도록  한다.  곧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뜻을  하느님이  이루어  주기를’  기도한다.  이는  하느님을  참되게  흠숭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것이다.  성령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어  그분의  뜻에  따

                  라  은총으로  자신이  변화되기를  청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내가  원하는  대로  주변을  변
                  화시켜  주기를  청한다.  ‘주님’이라  부르지만  실상  주님은  내  기도를  듣고  이루어야  하는  ‘종’
                  이며,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짐’을  뜻하는  ‘아멘’은  내  뜻이  어서  빨리  이루어지기를  재촉하
                  는  추임새로  사용된다.



                    ‘악에서  구하소서.’라  기도할  때,  악으로부터의  구원은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
                  실  수  있음을  알고  청하는  것이며  이는  무엇보다  악마의  속임수를  식별하고  벗어날  수  있
                  는  성령의  은총을  청하는  것이다.  악의  속임수에  걸려든  인간은  유혹에  빠지게  되고  유혹
                  에  빠진  인간은  탐욕  권력과  명예에  중독된다.  그리고  탐욕과  권력과  명예에  중독된  인간
                  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분열을  낳고  시기와  질투와  복수심에  스스로를  소진시키며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소외시킨다.  인간은  신적  자유의  증여로
                  누리는  자유의지로  스스로  자신을  하느님으로부터  소외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지옥의  문이
                  인간  앞에  열린다.  그의  삶  속에  더  이상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지  않으며  창조된
                  만물이  창조주의  은총으로  찬란히  빛나는  것은  더더욱  보지  못한다.  그리고  아버지  하느님
                  과의  관계의  단절은  모든  인간과  피조물과의  관계단절을  가져오고  결국  자신을  위하여  한

                  아버지의  한  가족인  생태계를  스스럼없이  파괴하며  하느님이  아니라  피조물의  소유를  즐긴
                  다.




                      라. 에밀  타케  신부의  삶이  지닌  생태  영성적  가치



                        1) 식물과  인간의  운명  공동체


                    에밀  타케(Emile  Taquet,  엄택기,  1873~1952)  신부는  함께  한라산에서  식물  채집을  하던
                  포리  신부가  일본으로  가자  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보내주었다.  그  답례로  포리  신부는

                  1911년  온주밀감나무  14그루를  에밀  타케  신부에게  보내  주었고,  에밀  타케  신부는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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