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문] 제주교구 3·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 기자 회견문

by 사무처 posted Jan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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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3·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 기자 회견문


 천주교 제주교구는 2018년 제주 4·3 70주년 특별위원회를 통해 제주 4·3의 전국화와 제주 4·3의 정신과 가치를 재정립하여 신자들과 지역사회에 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18년 한 해 동안 제주 4·3 70주년 특별위원회는 명동 성당에서 제주 4·3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으로부터 제주 4·3 희생자들을 위한 ‘위로 메시지’를 받는 큰 기쁨도 누렸습니다. 그리고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명의로 ‘제주 4·3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었고 한국천주교회의 심장부인 명동성당에서 제주 4·3 70주년 추념 미사를 봉헌하는 감동적인 순간들을 맛보았습니다. 5월에는 4·3 평화공원에서 성모의 밤을, 그리고 10월에는 북초등학교와 관덕정 일대에서 묵주기도의 밤을 거행하였습니다. 그리고 12월에 한 해 동안의 모든 성과들과 자료들을 모아서 제주 4·3의 개요를 담은 포스터와 함께 전국에 있는 7개 신학교와 1,700여 본당에 보내서 제주 4·3의 진실을 널리 알려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제주 4·3 특별위원회는 1947년 3월 1일 「3·1운동 기념식」에서 시작된 제주 4·3의 정신은 1919년 3·1 만세 운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919년 3월 1일에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한 비폭력평화운동으로서 전국에서 들불처럼 타올랐던 3·1만세 운동의 정신은 면면히 이어져 1947년 3월 1일 제주 북초등학교 일대에 모여든 제주도민 3만여 명의 가슴속에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제로부터 해방은 되었지만 온전한 자주권을 회복하지 못한 채 다시 미군정 체제 하에 놓이게 된 조국의 현실 속에서 제주도민들은 다시 1919년 3·1만세 운동의 정신으로 하나 된 조국의 해방과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1947년 3월 1일 다시 떨쳐 일어섰던 것입니다. 그리고 1919년 3·1 만세 운동을 잔혹하게 탄압했던 일제의 경찰들이 다시 미군정의 경찰이 되어 1947년 3월 1일 제주시 북초등학교에 모여든 이들을 탄압하였고 이 과정에서 6명의 시민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제주 4·3의 시작이었습니다. 

 미군정에 의해 다시 살아난 친일파의 잔재들이 민족의 완전한 독립과 자립을 요구하던 이들을 ‘빨갱이’라는 굴레에 가두고 잔혹하게 학살하였던 비극이 바로 제주 4·3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제주도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한국전쟁에서도 ‘빨갱이’라는 굴레로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한국 전쟁 이후에도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기득권과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을 손쉽게 ‘빨갱이’라는 굴레에 가두어 잔혹하게 탄압해 온 역사의 부당한 오류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민족의 통일을 막고 있는 거대한 장벽입니다. 

 따라서 1948년 4월 3일보다 1947년 3월 1일 제주도민들의 가슴속에 타올랐던 3·1만세 운동의 정신을 새롭게 찾아내고 부각시킬 때 제주 4·3의 참된 정명을 찾을 수 있으며, 제주 4·3으로부터 무고한 이들에게 들씌워진 ‘빨갱이’라는 굴레를 벗겨낼 때, 비로소 제주도민들 간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남북으로 분열된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온전한 독립을 이룰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에서 천주교 제주교구에서는 ‘제주 4·3 70주년 특별위원회’ 활동을 일단락 지으면서 새롭게 ‘제주교구 3·1운동 100주년 기념 위원회’를 발족하여 올 한 해 동안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고, 제주출신 3·1운동 애국지사들의 삶을 재조명하며, 3·1운동의 정신을 새롭게 발견하여 지역사회와 나눔으로써 3·1운동의 정신과 제주 4·3의 정신이 지금 여기를 사는 제주인들의 마음속에 다시 뜨겁게 타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방식의 활동을 전개하고 합니다.
  
 1. 5월 말에 뮤지컬 ‘최정숙’을 공연하고자 합니다. 제주 지역 사회의 여성 선각자로서 3·1 운동에 앞장섰던 최정숙 교육감의 삶을 생동감 있게 그린 뮤지컬 ‘최정숙’을 제작하여 공연함으로써 격변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인물을 통해 3·1운동의 정신이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새겨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서울과 다른 도시들에서도 공연되어 제주인 ‘최정숙’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뮤지컬 제작에 도움을 주신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정책과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 3월 1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념 미사를 중앙 주교좌성당에서 거행하고자 합니다. 이 미사 안에서 1919년 3·1만세 운동으로 희생되신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3·1만세 운동이 지닌 비폭력평화운동의 정신을 기념하며, 오늘을 사는 우리도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참행복의 전달자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도할 것입니다(마태 5,9 참조).
 3. 3월 1일 제주지역의 타종교인들과도 연대하여 특별히 제주가 갖는 3·1정신의 의미를 새롭게 밝히고 3·1 정신을 오늘의 제주에 되살리는 ‘3·1 선언문’을 발표하고자 합니다. 

 4. 2019년 9월에 3·1운동 10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자 합니다. 심포지엄을 통해 3·1운동 당시의 천주교회 모습을 솔직하게 성찰하며 또한 동시에 3·1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제주지역 출신 강평국, 최정숙, 고수선 등의 애국지사들의 삶을 재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제주 4·3으로 이어졌던 3·1 운동의 정신을 되새겨 지금 여기 제주에 다시 되살리는 길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1919년 3월 1일의 민족의 꿈은 1947년 3월 1일 제주민들의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2019년 지금 여기, 남북통일의 여정을 보면서 우리는 아직도 3·1만세 운동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1919년 3월 1일의 혁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그래서 끝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주교 제주교구는 3·1운동 기념위원회를 발족하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3·1만세 운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지역과 지역 사이에, 세대와 세대 사이에, 부자와 가난한 이들 사이에, 여성과 남성 사이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정의가 실현되고 평화가 이룩되는 날을 바라며 비폭력평화운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2019년 1월 23일

천주교 제주교구 3·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

제주교구 3·1운동 100주년 기념위원회 위원: 문창우 주교, 송동림 신부, 현성훈 신부, 황태종 신부, 김경민 신부, 박찬식, 박흥률, 오순덕, 박재형, 김대은, 현희순, 김경숙,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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