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도착하려면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70여명이 줄을 섰다. 줄을 안 선 30여명은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치 담임선생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입학생처럼.
제주시 탑동 라마다호텔 동쪽 잔디마당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1시 40분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음식이 도착해 배식을 시작하면 먼저 먹겠다고 새치기 하지않고 질서있게 차례를 기다린다.
제주교구여성연합회(회장 한영순,담당 고병수신부)가 탑동에서 노숙자와 독거노인을 위해 점심식사를 제공한지도 벌써 4년째다.
'구세군제주영문'에서 음식재료를 준비하면 음식을 만들어서 현장으로 가져오고,정성껏 나누어주고,설겆이와 최종마무리는 여성연합회
몫이다.
식사를 많이 하도록 배려하고 가끔 결석(?)한 분들에게는 안부를 물으며 인생상담도 한다.
매주 월,화,금요일이 여성연합회에서 노력봉사하는 날인데 제주시지구 12개 본당 여성연합회에서 번갈아 나온다.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쉴틈없이 봉사한다.
보통 60~70여명이 식사하러 오는데 3월 11일은 날씨가 화창해서 그런지 100여명이 나왔다.
한영순회장은 "강우일주교님께서 노숙자들을 위해 쓰라고 돈을 주시면 그 돈으로 부활절,어버이날,성탄절때 선물을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가톨릭약사회(회장 성길홍,담당 현문권신부)에서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간단한 의약품을 드리고있다.병원과 약국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분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오늘 봉사활동을 한 성길홍회장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독거노인과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노숙자가 많아서 그런지 주로
소화제,두통약,감기약,파스등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제 날씨가 풀리면 더 많은 노숙자와 독거노인들이 탑동 잔디마당을 찾아 여성연합회에서 제공하는 아름다운 점심을 맛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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