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제27회 인권주일 담화문

by 사무처 posted Nov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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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이모저모

[담화] 제27회 인권주일 담화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제27회 인권주일 담화문-
(2008년 12월 7일)

경제 살리기’와 ‘법치주의’의 목적은 인간 존엄성의 수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은 어느 누구에게도 양도하거나 훼손될 수 없는 생명과 신체의 자유, 최소한의 사회 보장을 받을 권리,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등 천부적인 인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러한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절망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공동선 실현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은 ‘경제 살리기’와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도, 그 내용에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경제 정책이나 법치에는 소홀한 듯 보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경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고, 쌀직불금 부정 수령, 감사원 및 국정원의 정치 개입, 그리고 경찰의 시위대에 대한 폭력 진압 논란 등 공권력이 남용되고 도덕성이 흔들리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인권 현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제 2008년 인권주일을 맞이하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런 우리 사회 현실을 돌아보고 인간 존엄성 회복을 위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면서 다음 몇 가지 문제들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 사회에는 물질만능주의, 소비주의, 쾌락주의, 과학만능주의 등으로 인하여 인명과 인간의 가치가 경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신자유주의의 시장만능, 효율지상주의, 무한경쟁 등의 이념과 경제 논리가 정부 및 기업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시장적 가치로 파악하는 이런 가치전도 현상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더욱 더 무시당하고 배제되게 만듭니다.
이런 가치전도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물질이 아니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채택”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즉 “소유에 대한 존재의 우월성, 사물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을 추구하는 “올바른 가치 기준”을 회복해야 합니다(생명의 복음 98항).


  둘째, 우리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끝을 모르게 계속되는 비정규직의 양산, 대책 없이 치솟는 실업률, 사회 안전망조차 극히 취약한 가운데 벌어지는 구조 조정, 재취업이나 창업, 혹은 신용 대출의 어려움으로 빠지게 되는 사채의 수렁 등 우리 사회의 많은 그늘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특히 정부가 이러한 절망적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보호 정책을 펴기를 촉구합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살리기’의 목적은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과 서민들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며 일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사회안전망을 통한 사회 보장의 권리를 모두 아우르는 사회권의 수호이어야 합니다.


  셋째, 오늘날 지나친 입시 경쟁과 영어 교육 열풍 등의 결과로 ‘기러기 아빠’들이 증가하고, 가정 폭력은 줄어들지 않으며, 이혼으로 인한 부모 없는 자녀, 자녀 안 낳는 부부, 봉양 받지 못하는 노인 등이 늘어나는 등 가족 공동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급증하는 자살, 청소년 비행 문제, 그리고 약물 중독 등 수많은 사회 문제들도 결국 이러한 가족 공동체 해체가 주요 원인입니다. 우리 사회의 기초이자 인간 공동체를 유지시켜주는 가정이 바로 서야 합니다. 특히 그리스도인 가정은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로서 부부 간에 사랑으로 일치하고, 생명을 전달하며, 자녀들을 교육하고, 일상생활에서 그리스도교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의 해체로 고통 받고 자살의 충동에 내몰리는 이들을 위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정부의 정책이 절실합니다.


  넷째,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은 오만하게 독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면서 정부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을 좀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한 ‘법치주의’를 펼쳐야 합니다.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법 경시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하여야 합니다. 공직자들이 자신의 지위와 정보를 이용해서 법을 악용하여 자신의 사적 이익을 채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공권력을 행사하는 정부는 법치주의의 목적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엄격한 법치를 내세우면서 오히려 공권력이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 한다면 그것은 법에 의한 폭력이 되고 법치의 참된 목적인 인간 존엄성의 수호를 거스르게 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정치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전락하는 현실, 약한 자일수록 더욱 천대받는 불의에 대해 우리는 하느님의 눈으로 직시하며 신앙인답게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잘못된 구석을 하나하나 바로 잡아나가야 합니다. 특히 인권을 침해당하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노력이 신앙인의 소명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한국 사회의 도덕성과 준법의식 및 참된 법치주의의 회복을 위해서 정치인과 경제인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겸허한 반성의 마음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권 파수꾼’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깊은 존경과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희생과 노력에 주님께서 강복해 주시기를 빕니다.



2008년 12월 7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 기 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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