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교구장서한 “제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by 사무처 posted Jul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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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이모저모

“제주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교형 자매 여러분!

2007년 한 해 동안 우리는 세계 평화의 섬인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이 이루어지는 것을 우려하며 제주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봉헌하였습니다.

2007년 말 국회는 우리들의 염원과 제주도민의 여론을 감안하여 ‘민.군 복합형 기항지’라는 조건을 달아 타당성 조사를 거친 후 추진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관계 부처에서는 금년 들어 국회의 이런 단서와 무관한 일방적인 해군 기지 건설을 추진시켜 왔습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되기까지 한 제주의 자연유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덜 오염된 자연 환경의 보고이고, 제주도와 해군이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자 하는 강정 마을의 앞 바다는 제주도에서도 가장 보존가치가 높은 청정 해역입니다. 이런 해안에 대형 함정이 정박하는 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이 땅에 남은 마지막 남은 해양 유산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파괴하는 것입니다. 강정 앞바다는 아직 어패류가 서식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인 해초류와 산호가 살아있는 지역입니다. 그곳에 대규모 해저 공사를 추진하는 일은 제주 남쪽 해안 생태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는 일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이러한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개발지상주의적 사고가 깊이 깔려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제주도는 제주 지하수 층의 가장 큰 공급원이 되는 곶자왈 지대를 별다른 제재도 가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발 가능 지역에 포함시켜 훼손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에 케이블 카를 건설하는 문제는 이미 환경부도 그 부당성을 지적한 바 있으나 잊을 만하면 거듭 거론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주 중산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지나친 도로 확장이 제주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를 무너뜨려 해마다 물난리를 겪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짧은 기간 내에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려다가 자연 환경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변형 파괴해버리는 근시안적 개발은 발전이 아니라 퇴보이고 붕괴입니다. 선진국은 요즘 와서 과거의 근시안적 개발로 인하여 훼손해버린 생태계를 다시 살리기 위하여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습니다. 생산성만을 생각한 인위적인 조림계획으로 망쳐버린 삼림을 다시 자연적인 잡목림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대규모 토목 공사로 직선화하고 운하로 만들었던 하천이 재앙을 불러와, 다시 구불구불한 옛날 모습으로 돌려놓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전문가들은 올바른 개발이란 생태계의 조화와 균형이 훼손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장기적인 개발이 되어야 함을 한 목소리로 지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실 때마다 ‘보시니 좋았다.’ 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만드시고 이들이 다른 모든 피조물들을 일구고 돌보도록 책임을 맡기셨습니다.(창세기 2, 15) ‘돌보다’는 말은 멋대로 변형시키고 파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잘 있도록 보호하고 지켜준다는 뜻입니다. 최근에 열린 G8 국가 수뇌들의 회담에서도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진 것이 ‘지구 온난화 대책 수립’이었습니다. 선진국 수뇌들 모두 지구의 생태계가 매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인간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땅의 지도자들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초보적인 개발지상주의의 발전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께서 선물하신 값진 자연유산을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우선 해군기지 건설로 위협받고 있는 제주의 자연유산부터 보존하고 지키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온 세상의 주인이신 창조주께 도우심을 청하며 이 위협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한 마음으로 기도하여야 하겠습니다.

2008년 7월 17일

                                                                     
                                                          천주교제주교구 강우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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