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제42차 홍보 주일 담화문

by 사무처 posted Apr 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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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이모저모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제42차 홍보 주일 담화문
(2008년 5월 4일)

홍보와 봉사의 갈림길에서
진리를 나누고자 진리를 추구하는 미디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올해 홍보 주일은 개인과 사회생활에서 차지하는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홍보와 봉사의 갈림길에서 진리를 나누고자 진리를 추구하는 미디어”라는 주제로 잡았습니다. 특히 광범위한 세계화 현상을 생각해 볼 때, 인간관계와 사회, 경제, 정치, 종교 발전에서, 사실 미디어가 필수적인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 인간 경험의 영역은 없습니다. 제가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2008년 1월 1일)에서 말씀드렸듯이, “특히 사회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교육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정의 기대와 권리를 명확히 나타내고 가정의 모든 아름다움을 표현하여 가정에 대한 존중을 촉진할 특별한 의무가 있습니다.”(5항)

2. 눈부신 기술 발전 덕분에 미디어는 특별한 잠재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그와 더불어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새 소식의 전달과 사실 보도, 정보의 보급에 이바지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는 교양의 확산과 사회화는 물론, 민주주의의 발전과 민족 간의 대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미디어가 없다면, 민족 간의 이해를 증진하고 강화하며, 세계의 평화를 위한 대화에 활기를 불어 넣고, 정보 이용이라는 최상의 장점을 보장해 주는 동시에 특히 연대와 사회 정의의 이상을 촉진하는 계획들을 비롯하여 의견의 자유로운 교류를 보증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실제로 미디어는 총체적으로, 사상의 전파 수단일 뿐만 아니라 더욱 정의롭고 단결된 세상을 위한 봉사에 쓰이는 도구가 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디어는 사람들이 현재 지배적인 권익을 대변하는 문제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체계로 변질될 위험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데올로기를 위해서나 소비 상품의 공격적인 광고에 사용될 때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현실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미디어는 개인과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왜곡된 형태를 정당화하거나 강요하기도 합니다. 더구나 청취자를 끌어들이고 시청률을 높이려고 때로는 도를 넘어선 외설과 폭력에 주저 없이 의존하기도 합니다. 미디어는 또한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키우는 개발 모형을 제시하고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3. 오늘날 인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제가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Spe salvi)에서 진보의 양면성에 관하여 쓴 내용은 미디어에도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진보는 선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전례 없이 악을 위한 무시무시한 가능성도 열어 놓습니다(22항 참조).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무분별한 ‘자기 홍보’에 악용되게 내버려 두거나 양심을 조작하는 데 쓰는 이들의 손에 넘겨 버리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개인과 공동선에 봉사하도록 하고 인간의 “윤리 교육과 내적 성장”(같은 곳)을 증진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커뮤니케이션이 개인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것이 겪고 있는 급격한 변화, 어쩌면 역할의 완벽한 변화라고까지 할 수 있는 변화를 강조해야만 합니다. 오늘날 커뮤니케이션은 강력한 암시의 힘과 영향력 때문에 단순히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현실을 규정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경우 미디어는 정보를 보급하는 올바른 목적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만들어내는’ 데 쓰입니다. 교회의 여러 지도자들이 그 역할의  위험한 변화를 우려하며 지적해 왔습니다. 인간의 행복이 달려 있는 인간의 모든 - 도덕적, 지적, 종교적, 상관적, 정서적, 문화적 - 삶의 차원에 깊은 영향을 주는 실재를 다루고 있는 만큼, 우리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모두 윤리적으로 용인될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현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을 제기하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결단을 내리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을 미룰 수 없습니다.

4. 이제 우리는 사회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우리 사회에서 담당해 온 역할을 제삼천년기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인간학적’ 문제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여겨야 합니다. 인간의 생명, 혼인과 가정의 영역, 평화와 정의와 창조 보전 등에 관한 중요한 현안들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 커뮤니케이션 분야에도 인간과 인간 진리의 근본적인 면들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윤리적 토대를 잃고 사회의 통제를 벗어나면, 인간 중심 사상과 침해되어서는 안 될 인간 존엄을 더 이상 고려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양심과 선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자유와 삶 자체에까지 악영향을 줄 위험을 무릅쓰게 됩니다. 이런 까닭에 사회 커뮤니케이션이 언제나 인간을 옹호하고 인간 존엄을 온전히 존중하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의학과 생명 과학 연구를 위해서 생명 윤리가 있는 것처럼, 이 분야에도 ‘정보 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5. 미디어는 우리 시대의 병폐인 경제적 물질주의와 윤리적 상대주의를 옹호하는 대변인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그보다 미디어는 인간에 관한 진리를 알리고, 이를 부인하거나 파괴하려는 사람들에 맞서서 이 진리를 지킬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합니다. 인간에 관한 진리를 추구하고 알려주는 것은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을 하는 데에 미디어가 사용할 수 있는 정교하고 매력적인 기술들을 활용하는 일은 우선적으로는 이 분야의 책임자들과 운영자들에게 맡겨진 흥미로운 임무이지만, 우리 모두가 세계화 시대에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소비자이며 운영자들이기 때문에 이는 어느 정도 우리 모두에게 관련된 임무이기도 합니다. 새 미디어, 특히 전자 통신과 인터넷은 커뮤니케이션의 모습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로써, 미디어는 새로운 모습을 갖추고, 존경하는 저의 선임자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말씀하셨듯이, 인간에 관한 진리의 본질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더욱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소중한 기회를 맞게 될 것입니다[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 교서 ?급속한 발전?(The Rapid Development), 10항].

6. 인간은 진리를 갈망하고, 진리를 추구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의 종교적 차원을 포함하여, 인간의 진리와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인정하고 잘 표현한 여러 출판물과 프로그램과 뛰어난 창작물들이 주목을 끌고 성공을 거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는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께서만, 인간 마음 안에 있는 생명과 사랑에 대한 목마름에 충만하게 응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만나고 그분의 메시지를 뜨겁게 받아들인 사람들은 이 진리를 나누고 전하고 싶은 억누를 수 없는 열망을 체험합니다. 요한 사도가 말하듯이,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 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친교를 나누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친교는 아버지와 또 그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쁨이 충만해지도록 이 글을 씁니다”(1요한 1,1-3).

그리스도의 명령에 충실하고 열성적으로 신앙을 전달하며 “현대의 문화적 요구들을 해석하면서, 소외와 혼돈의 시대가 아니라 개인과 민족들의 친교를 발전시키고 진리를 추구하는 소중한 시대인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다가가는 데에 헌신할”(요한 바오로 2세, 커뮤니케이션과 문화 종사자 회의에 한 연설, 2002.11.9.) 용기 있는 커뮤니케이션 종사자와 진리의 참된 증인을 길러내 주십사고 성령께 간청합시다.

이러한 바람으로 모든 이에게 따뜻한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2008년 1월 24일
성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 학자 기념일에
베네딕토 16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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