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제94차 세계 이민의 날 교황 담화문

by 사무처 posted Apr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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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이모저모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제94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문


※ 한국 천주교회에서 거행하는 2008년 세계 이민의 날은 4월 27일입니다.


젊은 이민


  올해 세계 이민의 날 주제는 특별히 젊은 이민들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초대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뉴스에서 그들에 관한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화는 사람들을 이동하게 하며, 많은 젊은이들도 가족과 고국에서 멀리 떠나 살아가게 됩니다. 흔히 지적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고국을 떠나지만, 정작 그들을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시행되는 법들은 그들이 실제로 통합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사실, 이주 현상은 점점 더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모든 사회 계층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 기관과 인도주의 단체, 가톨릭 교회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많은 자원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젊은 이민들은 특별히 ‘이중 소속의 어려움’이라는 것을 겪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고유한 문화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강한 욕구를 느끼는 한편, 그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어 자기 조상의 전통을 잃어버리지는 않으면서 자신들을 받아 준 사회에 유기적으로 통합되고자 하는 바람도 당연히 갖게 됩니다. 이러한 젊은이들 가운데에는 착취와 정신적 공갈 협박, 온갖 종류의 학대에 좀 더 희생되기 쉬운 여성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망명을 신청한 사람들 중에서도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청소년들, 보호자도 없는 미성년자들은 어떤 상황에 있겠습니까? 그러한 청소년들은 흔히 거리에서 자포자기하며 지내다가 사악한 착취자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의 희생물이 되고 맙니다.

  다음으로, 강제 이민과 난민,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안타깝게도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연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서 우리는 세계 각지의 대규모 난민 수용소의 비참한 현실 앞에 침묵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당연히 행복한 삶을 기대하며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 시기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시기로서 안정과 평온함과 안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영구 강제 ‘수용소’에 격리된 삶이 유일한 삶의 경험이며,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닐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자신 있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겠습니까? 그들을 위하여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알맞은 환대와 양성의 구조를 조성함으로써 그들을 도울 수 있는 훨씬 더 큰 노력이 여전히 요구됩니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젊은 이민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그들을 돕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무엇보다도 가정과 학교를 뒷받침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얼마나 복잡하며, 이 젊은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가정을 살펴보면, 고국에서 알고 있던 전통적인 역할은 무너졌고, 고국의 문화에 여전히 매여 있는 부모들과 새로운 사회 환경에 빨리 적응한 자녀들 사이에는 자주 갈등이 일어납니다.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이민 온 나라의 학업 교육 과정에 통합되는 데에서 겪는 어려움도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교육계 자체가 그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이민 청소년들의 요구에 맞추어 그들이 통합될 수 있는 특수한 교육 방식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교실 안에서 모든 학생이 모든 문화에 공통된 기본 원리와 가치를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합니다. 교사와 가족과 학생 등 모든 이의 공동 노력은 분명히 젊은 이민들이 통합의 과제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이를 통해 젊은이들은 인간적 문화적 직업적 양성에 도움이 되는 것을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젊은 난민들의 경우는 더욱 그러합니다. 젊은 난민들을 위하여 학업과 직업 분야에서 적절한 계획을 마련하여, 그들이 적절한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보장하고 새로운 사회 문화 직업 세계에 올바로 들어설 수 있도록 필요한 발판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이민 세계를 매우 특별한 관심으로 바라보며, 고국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양성된 이들에게는 이러한 신앙의 유산과 복음의 가치를 열매 맺어 달라진 생활환경에서도 한결 같은 증언을 하도록 당부합니다. 바로 이런 면에서 저는 이민을 받아들이는 교회 공동체가 젊은이와 어린이들과 그 부모들을 연민으로 따뜻이 맞아들이며 그들이 걸어온 삶의 변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통합을 돕고자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제가 지난 해 이민의 날 담화에서 말씀드렸듯이 이민들 가운데에는 특별히 고려해야 할 이들이 있습니다. 학업 때문에 고향을 떠나 온 해외 유학생들입니다. 유학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특별한 사목적 배려를 필요로 합니다. 그들은 다른 학생들과 같은 평범한 학생이 아니라 잠정적인 이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유학생들은 대개 학업의 부담과 더불어 외로움을 느끼고 때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제약을 받기도 합니다. 교회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유학생들을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며 그들이 지닌 크나큰 젊음의 자원을 고려하여 사목적 사회적으로 배려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들이 다문화의 역동성에 마음을 열고,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학생들과 만나면서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도와야 합니다. 젊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러한 학업과 양성 경험은 신앙을 성숙시키는 유용한 자리가 되며, 가톨릭 교회의 본질적 요소인 보편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극이 됩니다.

  사랑하는 젊은 이민 여러분, 가정과 국가를 향한 여러분의 임무를 성실하고 진지하게 수행함으로써 또래의 젊은이들과 함께 더욱 정의롭고 형제애가 넘치는 사회를 건설할 준비를 하십시오. 법규범을 존중하고 결코 증오와 폭력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그보다는 이해와 연대,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세상의 주역이 되도록 노력하십시오. 특히 젊은 신자 여러분, 학업에 매진하는 동안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와 사랑도 더욱 키워나가기를 당부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이 당신의 참된 벗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기도하고 그분 말씀에 순종하며 귀 기울임으로써 늘 예수님과 가까운 관계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이 당신을 증언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복음을 용감하게 실천하고, 이를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구체적인 행동과 형제자매들에 대한 너그러운 봉사로 표현하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교회는 여러분을 필요로 하며 여러분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현재의 복음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문화에서 왔지만 모두 하나인 그리스도의 교회의 지체로서 결합되어 있는 여러분은 복음이 살아있으며 유구하고도 늘 새로운 메시지로 모든 상황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복음은 모든 민족과 문화, 모든 연령과 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희망과 구원의 말씀입니다.

  이집트에서 예수님과 함께 난민의 처지에 계셨던 모든 인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과 그분의 정결한 배우자 요셉께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 또한 여러 방식으로 젊은 이민의 광범한 세계를 돌보고 있는 사람들, 곧 여러분 옆에서 기꺼이 따뜻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자원봉사자들과 사목 일꾼들을 맡겨 드립니다.
  주님께서 늘 여러분과 여러분 가족과 함께해 주시기를, 그래서 여러분이 앞으로 부딪칠 걸림돌과 물질적 영적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기를 빕니다. 이러한 바람을 갖고 저는 여러분 한 명 한 명과 여러분의 소중한 이들에게 특별히 사도로서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2007년 10월 18일
베네딕토 16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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