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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이모저모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제94차 세계 이민의 날 담화문
(2008년 4월 27일)
              
새 세상, 새 인간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제94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이하여,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이민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을 생각하시며 그들에 대해 우리 신앙인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적절히 처신할 것을 촉구하십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 그 가운데에서도 결혼 이민자는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고, 그런 가정에서 태어나는 자녀들도 그만큼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취학 연령에 이르러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 해 이민의 날을 맞이해서 교황님께서 특별히 마음에 두신 젊은이들이 우리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먼저 <이중소속>의 현실에서 옵니다. 이들은 한 편으로 부모 모두나 한 쪽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 간직해야 하고 다른 편으로는 지금 살고 있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익혀야 하는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가 외국인일 경우 가정에서 한국말을 익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 가고 그 이후에도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밟을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되지만, 많은 경우에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그렇게 해서 한국 문화에 적응해 간다 해도, 그들에게는 자신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엄마의 전통 문화를 익혀야 하는 과제가 또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중소속의 문제는 그들에게 큰 도전입니다.

  그런데 이중소속의 문제는 이른바 다문화가정 출신의 젊은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나 공부만을 목적으로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는 이들, 교황님께서 이번에 함께 언급하신 유학생들에게도 있는 어려움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이른바 선진국을 향해서 가장 많은 수의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이 분야를 생각하면, 이중소속의 어려움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임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한 예로 미국 유학생 가운데 한국의 젊은이 수가 세계 어떤 나라 출신보다도 많은 가운데, 거기 따른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어려움뿐 아니라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치르는 부모의 큰 희생, 때로는 그 과정에서 가정이 깨어지는 일까지 벌어지는 현실 등, 자기 나라를 떠나 전통과 문화가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고 문화를 익히는 과정에 얼마나 큰 장애와 위험이 따르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이민뿐 아니라 유학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떠나기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나라이기도 해서, 점점 많은 외국의 젊은이들이 공부와 연구를 위해서 우리나라를 찾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외국과의 교역이 없거나 있어도 아주 예외적으로만 있었던 우리나라가 거대한 세력으로 밀려오는 세계화의 큰 흐름을 타고 밀려닥치는 이런 변화 앞에서 때로는 당황스럽고 때로는 무력감을 느끼지만, 하느님의 시선으로 멀리 보면 이것은 창조주께서 원하시는 세상을 향해 가는 변화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창조주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형제자매요 온 땅은 이들이 함께 잘 살도록 그분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인류 공동의 재산임은 우리의 믿음의 중요한 내용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는 이런 믿음이 더 이상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진리가 아니라, 실제의 삶에서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하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물질과 정신의 재화를 나누어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행복과 불행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떠안을 때만, 앞으로의 세상은 유지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갈되는 에너지, 점점 더러워지는 환경, 인종과 종교의 차이를 계기로 하는 갈등, 개인과 개인 집단 과 집단 사이의 이익과 기회의 충돌 등, 지금 인간이 대면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어느 하나도 해결할 수가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거기에 따른 무서운 결과는 모두가 감당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상대방을 위해 진정으로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지상 명령은 이제 종교적 의미를 넘어 온 인류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유일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세계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되었고, 이제부터의 과제는 우리가 이것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또 창조주께서 뜻하시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눈을 다시 돌려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 혹은 다문화가정 출신 젊은이들을 잘 양성하면, 이들은 온 세상 사람들을 한 형제자매로 받아들여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세상, 참으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우리 사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진입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린이나 젊은이 자신, 가정, 학교, 자원봉사자, 교회 등이 이 어려운 도전 앞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 간다면, 그것이 어려운 만큼 보람과 희망도 클 것입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창조주 하느님을 모든 인류의 아버지로 믿는 우리 신앙인들이 그 믿음을 실제의 삶에서 실천하여 인종과 문화의 차이에 상관없이 모두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대하며 적절한 도움을 준다면, 우리는 온 세상을 작은 동네로, 모든 사람들을 한 가족으로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 새로운 세상, 신인류의 선봉대 역할을 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정의가 깃들어있습니다”(2베드 3,13).



2008년 4월 27일
제94차 세계 이민의 날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  병  호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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