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고병수신부)는 4월2일 『제주 4·3 사건 60주년추모미사』를 봉헌한데 이어 『4·3 60주년을 맞는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정의평화위원회는 이 성명에서 "4·3은 국가와 체제를 거부한 반란이라고 단순하게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단순한 인명살상이 아니라 제주도민을 인간이 아닌 사냥감으로 여기며 집단학살한 제조사이드(genocide)에 해당된다"면서 "4·3 6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이 땅에서 벌어진 참극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여 다시는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각오와 모든 이념을 초월한 참 평화를 건설하려는 다짐을 한다"고 밝혔다.
정의평화위원회는 "최근 4·3의 원만한 해결과정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사회 일각의 움직임이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본다"며 ▲ 정부와 여당은 4·3에 대한 공식 입장을 재확인하고 국민과 제주도민 앞에 뚜렷이 밝힐 것 ▲ 4·3에 대한 왜곡과 제주도민의 희생을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여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 ▲ 4·3을 반란으로 규정함으로써 과거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 사태를 역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교과서 포럼은 '대안교과서'의 4·3에 대한 내용을 당장 폐기하고 4·3 영령과 유가족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성명서 전문)

"4·3 60주년을 맞는 우리의 입장"

 올해로 한반도와 제주도의 비극인 4·3이 발발한 지 60주년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4·3은 진정한 명예회복과 기념, 평화교육의 새로운 역사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지난 2000년에 4·3특별법이 제정되었고 그 이후부터 희생자 선정, 정부의 진상보고서 채택, 대통령의 공식사과 등이 이어졌다. 이런 4·3의 해법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모범적인 과거사 정리의 사례였다. 이제 유가족과 제주도민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미래 평화의 섬을 향해 나아갈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최근 정권 교체의 시점에서 지금까지 원만하게 진행되던 4·3 문제의 해결 과정을 원점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새 정부와 집권여당이 4·3위원회를 폐지하려 하고, 일부 보수단체가 4·3진상보고서와 희생자 선정을 전면 부정하고, 대안교과서에 4·3을 반란으로 규정하는 등 과거 회기적인 움직임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인권 존중의 발전 과정에 역행하는 처사이자,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한다는 명분 아래 인간의 존엄성을 외면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4·3은 국가와 체제를 거부한 반란이라고 단순하게 규정항 수 없는 복잡한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4·3은 엄청난 민간인 학살로 점철된 인권 유린의 사태이다. 4·3은 단순한 인명살상이 아니라, 제주도민을 인간이 아닌 사냥감으로 여기며 집단 학살한 '제노사이드(genocide)'에 해당된다. 4·3 당시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와 성찰, 민족공동체로서의 동질감이 있었다면, 민간인 대량 학살의 사태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4·3 6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이 땅에서 벌어진 참극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며 역사 속에 다시는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각오와 모든 이념을 초월한 참 평화를 건설하려는 다짐을 밝힌다.

 미정부는 미군정 통치시기에 일어난 1947년 3월 1일의 경찰 발포로 인한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 한마디 없이 탄압으로 일관했다. 1948년 4·3에 대해서도 김익렬 제9연대장이 주장한 선무작전을 수용했다면 뒷날 엄청난 인명피해는 비켜갈 수 있었을 것이다. 신생 대한민국이 4·3을 '반란'으로만 여기지 않았어도 민간인 대량 학살을 가져온 초토화 작전은 실시되지 않았을 것이다. 4·3은 국가의 인권존엄과 국민에 대한 기본인식이 부재했음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건이다.

 우리는 최근 4·3의 원만한 해결 과정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사회 일각의 움직임이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보며 다음과 같은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정부와 여당은 즉각 4·3에 대한 공식 입장을 재확인하고, 국민과 제주도민 앞에 뚜렷이 밝힐 것을 요구한다.

2. 4·3해결 과정을 전면 부정하는 이들은 정권교체기를 틈타 정부와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이 공식사과까지 한 4·3에 대한 왜곡과 제주도민의 희생을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여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3. 4·3을 반란으로 규정함으로써 과거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 사태를 역사적으로 정단화하려는 교과서포럼은 『대안교과서』의 4·3에 대한 내용을 당장 폐기하고, 4·3영령과 유가족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2008년  4월  2일

천주교 제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기사 : 가톨릭신문 제주지사 이창준(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