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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아시파(ASIPA) 총회 성과·의미

제4차 아시파(ASIPA) 총회 성과·의미

 

 

친교의 교회’ 구현에 소공동체가 핵심

제4차 아시파 총회의 주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을 바탕으로 소공동체의 전망을 모색한 자리였다. 특히 규모면에서 이전의 총회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고 논의의 폭과 깊이도 한층 성숙됐다.

총회 주제는 ‘소공동체, 친교의 교회를 향하여’로서, ‘친교의 교회’, 혹은 ‘참여하는 교회’는 공의회가 제시한 가르침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백성으로서 친교를 나누는 교회를 형성하며, 그러한 공동체 안에서 누구든 교회 생활에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소공동체는 바로 그러한 친교의 교회의 실현과 건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며, 돼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번 총회의 가장 중요한 지향이다.

1996년과 2000년 각각 열린 1, 2차 총회가 아시파의 기초를 익히는 과정이었다면 한국에서 2003년 열린 제3차 총회는 ‘봉사하는 소공동체’의 구체적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4차 총회는 바로 그러한 소공동체를 통한 ‘친교의 교회’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심화시키는 자리로 마련된 것이다.

최종 선언문은 바로 이러한 지향을 두고 총회의 논의 결과를 집약하고 있다. 선언문은 우선 이번 총회가 ‘공동체들의 친교’로서 교회가 어떤 전망을 갖는지를 성찰한다. 즉 교회는 하느님의 삼위일체의 친교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역사를 통해 공동체들의 친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깨닫는 순례의 여정에 있다고 파악한다. 선언문은 특히 이러한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은 성체성사를 통해 양육되며, 성사들을 통해서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이번 총회는 친교의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아시아 각국 교회들의 모습을 나누는 자리였다. 선언문은 이러한 모습이 구체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초점으로 삼는 소공동체를 통해 나타났으며, 지도자와 본당 사목위원들의 변화, 지배하지 않는 지도력을 발휘하는 사제들의 모습, 많은 소공동체 지도자들의 참여, 평등한 파트너쉽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들의 모습 등을 통해서도 소공동체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선언문은 아시아 소공동체의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제들은 남아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선언문은 친교의 공동체 건설을 위한 과제를 지적하고 있다. 먼저 모든 사람들이 각자 친교의 공동체 건설을 위한 역할을 지니고 있으며, 지역교회의 지도자, 특히 주교들은 소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증진자로서 교구의 사목적 전망에 있어서 소공동체에 최우선적인 우선권을 부여해야 함을 지적한다.

지배적이지 않은 지도력의 발휘, 수도자들의 소공동체 참여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평신도 지도자들이 교구와 본당의 모든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도 역시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교육과 양성 프로그램은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아시아주교회의 연합(FABC) 평신도사무국 산하에 아시파(AsIPA)가 설치된지 13년, 첫 총회가 열린지 10년이 지난 올해 열린 제4차 총회는 비록 적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하게 이어져온 아시아의 소공동체가 그 확고한 지평을 여는 자리였다.

 

“유럽도 소공동체에 관심…고무적”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해 소공동체 체험을 나누고 발전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소공동체가 교회를 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아시파 총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성숙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유럽교회가 총회에 참가하는 것은 그만큼 소공동체에 희망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강주교는 점점 더 활기를 더해가는 아시파 총회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특별히 독일과 스위스, 영국 등 유럽교회가 소공동체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유럽교회가 제3세계 교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신앙 나눔이 바로 소공동체입니다. 지금까지 유럽교회로부터 받기만 했으나 이제는 거꾸로 소공동체라는 희망을 유럽교회에 주게 된 것입니다. 유럽 교회도 이 대회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가리라 확신합니다”

‘교회는 어디로 가나’ 주제 강연을 통해 제주교구의 소공동체를 통한 예비신자 교리 사례를 소개해 관심을 모았던 강주교는 하지만 한국교회 소공동체는 말씀을 생활안에서 실천하는 모습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강주교는 “한국교회는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 차이가 많고 특히 도시의 경우는 소공동체 정착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특히 복음나누기 7단계 중 말씀과 삶을 연결하는 6단계에 익숙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명히 소공동체로 가야 한다는 것이 강주교의 생각이다. 말씀을 통해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는 소공동체의 본질과 지향은 도시나 농촌 모두 같다는 것이다.

강주교는 “교회사 흐름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도약의 단계라면 도약의 실천적 방법론이 바로 소공동체”라며 “앞으로 교회는 활동가를 양성하고 성직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소공동체를 활성화 시키는 데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누가 강제로 시키지 않았는데도 소공동체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 저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움직인 것이라 생각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소공동체는 아시아 교회에 도래한 물결입니다. 한국교회도 이러한 흐름에 꼭 함께 동참해야 합니다.”

 

소공동체 확산, 인내와 끈기 필요

남아프리카공화국 로빙거 주교

“씨앗이 오랜 시간을 거쳐 싹트는 것처럼 소공동체 운동의 확산과 발전이 빠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우리 교회가 나아갈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룸코 모델을 만든 오스왈드 히르머 주교와 더불어 소공동체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프리츠 로빙거(Fritz Lobinger) 주교(남아프리카공화국 알리왈교구장)는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교회 소공동체의 발전모습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궁극적으로 교회는 소공동체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로빙거 주교는 이번 총회에서 ‘통합사목이 어떻게 친교의 교회를 강화시킬 수 있는가’ 주제의 기조강연을 한 데 이어 11일에는 한국 참가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로빙거 주교는 “소공동체를 통해 우리는 고통과 기쁨을 말씀 안에서 체험하고 함께 나누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가장 작은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며 새로운 교회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모든 것을 이룩하십시오’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을 인용한 그는 “이는 곧 ‘코이노니아’, 즉 친교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며 “공동체에 속한 모든 양들이 자신의 역할을 찾고 그 자신이 곧 교회로서 존재하는 소공동체야 말로 신약 즉 말씀을 증거 하는 교회”라고 단언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 교회가 소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로빙거 주교는 우선 사제가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로빙거 주교는 “내가 사제로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신도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입장에서 성령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며 찾아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빙거 주교는 이어 소공동체를 통해 평신도들의 직무가 한층 폭을 넓힐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유럽의 경우에서 보듯 앞으로 우리 교회는 한명의 사제가 여러 본당을 담당해야 할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이는 평신도들의 참여가 그만큼 더 필요하고 직무도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소공동체 발전을 위한 교회의 노력을 나무의 성장에 비유한 로빙거 주교는 “소공동체는 결과를 성급히 예측하거나 희망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우리 교회 공통의 과제”라고 전했다.

 

발췌,기사 : 가톨릭신문 2006년 11월 26일자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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