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젊음으로 살아가는 소공동체"
친애하는 제주의 교형자매 여러분,
태풍이 할퀴고 간 깊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 해를 마감하고 또 기운을 차려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도우시고 은총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전국의 교형자매들도 제주의 고통과 시련을 보고 가슴 아파하며 도움의 손길을 기쁘게 내밀어 주었습니다. 또한 제주를 군사기지가 아니라 평화의 기지로 만들고자 하는 서명 운동에 전국에서 45만이나 되는 이들이 동참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통하여 교회 공동체가 갖는 사랑과 연대의 구체적인 표지를 보았습니다. 주님이 세워주신 ‘공동체’는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고 어떤 재앙이 닥쳐도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근거입니다. 새해에도 우리는 교회를 더 성숙한 공동체로 만들어 가기 위하여 그 기초가 되고 세포가 되는 소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가야 하겠습니다.
1. 청소년 신앙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지난해 제주 교구는 자라나는 교회의 새싹들에게 우리들의 신앙을 전수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성직자, 수도자, 학부모, 교리교사 모두가 힘을 모아 청소년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과 대책을 강구해 나가자고 호소하였습니다. 지난 1년 본당에 따라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그 열매를 조금씩 맺어가고 있는 곳도 있으나 아직 암중모색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난해에 이어 내년에도 청소년들의 신앙교육이 좀 더 역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본당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협력을 아끼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구 내 각 본당이 청소년 신앙교육에 있어서 모범적인 열매를 거두고 있는 본당의 사례를 토대로 공동 연구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함께 발전시켜 나갈 방도를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2. 교회 청년층의 발굴과 청년 사목의 계발
교회 내에서 청소년들보다 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영역이 청년층입니다. 청소년들은 어떤 본당이든 주일학교 체제가 있어 최소한의 관심과 배려가 있으나 청년층의 사목을 위해서는 아무런 장치도 전망도 세워져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청년 사목의 현재:
본당 사목의 현실 안에서 청년 사목의 현주소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은 교적에 있는 청년 수의 2-3%에 불과합니다. 청년들은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시기에 놓여 있는 관계로 자신의 삶 자체에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들은 학교를 졸업한 다음, 취업, 결혼, 이주 등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서 도전과 시련의 과정을 통과하는데 골몰하여 차츰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현대의 물질주의와 감각주의적 사회 환경은 이미 연약해진 청년들의 신앙 감각을 더욱 무디게 하고 하느님께 대한 무관심으로까지 몰고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오늘날까지 이런 위기를 겪고 있는 청년들이 발을 붙이고 신앙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이들을 따뜻이 맞아들이고 돌보는 사목적 구조를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본당 청년 사목의 문제점:
현재 본당에서 청년회라는 틀에 소속된 청년들과 이들을 사목하는 사목자들 모두 이 모임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이나 비전을 확립하고 있지 못합니다. 확고한 비전이나 목표의식이 없으니 동기부여도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신앙적 이념이나 이상을 토대로 스스로 창조적인 일을 펼쳐나가기보다 본당 행사의 도우미 역할을 하거나 노력봉사로 동원되는 일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소수의 청년들만이 참여하므로 이들에게 과도한 활동과 책임만 집중되니 오래 가지 못하고 쉽게 소진되어 떨어져 나갑니다. 기쁨과 보람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신앙적인 기초가 부족하고 영성적인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이런 열악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본당 공동체가 이들에게 쏟는 관심은 부족하고 구체적 예산 지원은 대부분의 본당에서 맨 나중에 이루어집니다.
전망:
지난 해 제주 교구는 한국 청년대회를 개최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우리는 이 대회를 통하여 평소 만나지 못한 많은 청년들을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청년들 역시 교회 내에서 같은 또래 신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놀라워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의 문화와 감성을 통하여 신앙을 고백하고 표현하고 나누는 장이 주어진 데 대하여 감사하고 기뻐하였습니다. 동참한 전국의 여러 주교님들도 청년 사목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뻐하며 적극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공감하였습니다. 우리는 한국청년대회를 통하여 청년사목의 새로운 전망을 발견하였습니다. 청년들은 신앙에 목말라하고 공동체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교회가 그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준 데 대해 감동과 환호와 기쁨을 표현하였습니다. 청년들은 그들의 젊음 자체로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신앙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가 이들과 함께 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면 놀라운 에너지를 분출할 것입니다.
대책:
+
청년들이
소공동체를
체험하고
만들어
나가도록
도움을
주자.
단순히
서로
기호나
취미가
맞는
몇몇
청년들의
동호인
모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고
참된
친교를
이루는
청년들의
교회가
태어날
수
있도록
하자.
+
청년들이
하느님
말씀을
중심으로
모이도록
하자.
+
청년들이
하느님
나라의
일꾼으로서
자신들의
사명과
정체성을
확립하고
구체적인
섬김의
실천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자.
+
청년들이
자신들의
문화로
신앙을
표현하고
기도에
맛들이도록
하자.
+
청년들이
동세대
청년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복음의
동반자로
초대하는
선교사가
되도록
하자.
친애하는 제주의 교형자매 여러분,
교회의 미래는 젊은 신앙인들에게 달렸습니다. 그런데 현대의 물질문명과 개인주의적 사회 풍조는 이들을 교회 공동체에서 떨어져나가도록 압박하고 유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무신론적, 유물론적 세상 물결에도 주님의 포도밭의 일꾼으로 성장하고 파견되어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이들을 양성하고 격려하여야 하겠습니다. 교회의 주인이신 성령께서 이들을 지켜주시고 앞장서 가 주실 것입니다. 성령께 우리 젊은이들을 맡겨드리며 우리도 이들을 뒤에서 받쳐 주는 버팀목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교형 자매들의 가정에 주님의 축복이 풍성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2007년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제주 교구 강 우 일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