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참사다. 하지만 우리들은 기억해야 한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68.요셉마리)씨가 세월호 사고 100일째인 7월 24일 오후 7시 30분 제주항 제7부두에서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공연을 마련했다.
'백건우의 영혼을 위한 소나타' 주제의 공연은 JIBS 제주방송과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했다.
4월 16일 오전이면 인천항을 출발한 세월호가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한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제주항으로 입항할 예정이었다. 그날의 세월호가 끝내 닿지 못한 제주항 제7부두에 간이 무대를 설치한 후 피아노 한 대를 가져다 놓고 청중 500명을 초청했다. 부인 윤정희(데레사)씨,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영화배우 안성기(사도요한)씨, 야구선수 박찬호씨도 함께 했다.
백건우씨는 이 날 추모공연에서 병으로 죽은 자식 앞에서 슬퍼하는 어머니를 위해 작곡가가 즉석에서 만들어 연주했다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 을 시작으로 리스트의 '잠 못 이루는 밤, 질문과 답', '침울한 곤돌라 2번', '사라진 공주를 위한 파반느', '순례자의 해 3년 중 힘을 내라' 를 연주했고 마지막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드 중에서' 를 청중들에게 선사하며 우리가 추구하는 사랑·영원한 사랑·승화된 사랑·죽음을 초월하는 사랑에 대하여 얘기했다.
백건우씨는 인사말을 통해 '세월호 사고가 난 지 100일째입니다. 세월은 너무 빨리 흘러갔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님들과 친구와 제자를 잃은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오직 저의 혼신의 힘을 기울인 음악으로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그것만이 저 안타까운 영혼들에게 바치는 진정한 송가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추모음악회가 끝나자 제주항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기사·사진 : 가톨릭신문 제주지사 이창준(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