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체칠리아 동정 기념일인 11월 22일(월) 7시, 연동성당에서 제3기 틀낭학교 수료 미사가 봉헌되었다. 교구장 문창우 주교님이 주례하신 이 미사엔 생태환경위원장 황태종 신부님을 비롯해서 일곱 분의 사제가 함께했다.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바람도 흩뿌리는 저녁 시간이었지만 20여 개 본당 멀리 표선에서까지 달려온 수료자들의 열정으로 성당엔 기쁨의 온기가 가득했다.
제주교구 생태영성활동가를 양성하는 제3기 틀낭학교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월요일 저녁 7시에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11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매주 200여 명 가까이 참여하며 공동의 집 지구와 제주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었는데, 그중 178명이 8회 이상 출석하며 충실히 수강하여 수료자가 되었다. 그리고 병원 입원 중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한 서문본당 고동후 바오로 형제가 수료자 대표로 교구장 주교님께 수료증을 받았다.
또한 수료자 부부가 하얀색 십자 모양의 꽃이 피는 나무로 예수님께서 못 박히신 십자가로 쓰였다고 전해지는 틀낭학교의 상징인 틀낭 묘목을 봉헌했는데, 이제 자연 생태계를 위해 백색순교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와 의미를 담았다.
틀낭학교 수료자들은 석 달 동안 생태영성의 근간인 회칙 <찬미받으소서>로 시작해서 지구의 기후변화, 제주의 지질, 제주의 물(용천수), 제주의 바다, 한라산, 에밀 타케 신부님과 제주 식물에 이르기까지 생태신학 부분을 알아가고, 작은 풀꽃과 한 그루 나무와도 교감할 수 있는 생태감수성을 배우고, 우리의 의식주에 대한 성찰은 물론 구체적인 실천들과 연대와 참여 등 생태적 회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공부했다.
계속되는 강의를 통해 생물권 보전지역이고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보물섬 제주도가 부분별한 개발로 제 모습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상황들을 상세히 알게 되면서 온라인 채팅창에는 ‘그럼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하는 물음들이 앞다투어 올라오기도 했다.
수료미사 중에 이루어진 마지막 강의로 황태종 신부는 그 동안의 여정에 함께해준 수료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생태사도직 단체인 ‘하늘땅물벗’을 소개하고 창립에 관해 안내했다.
‘하늘땅물벗’은 한국천주교회에서 설립한 세계 최초의 생태사도직 단체로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에 더해 자연 사랑의 통합적 사랑을 실천하며,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주보로 모시고 성인을 닮아가고자 한다. 생태영성교육을 받은 틀낭학교 수료자들은 이 단체를 설립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하늘땅물벗’에 대한 희망과 더불어 황태종 신부는 어머니를 살리는 마음으로 지구를 지키고, 모든 피조물을 형제애로 받아들이며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자는 격려와 당부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제 석 달간의 여정을 마친 제3기 틀낭학교 수료자들은 하늘과 땅과 물, 모든 피조물의 벗으로서 각 본당에서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하느님께 받은 새로운 소명을 기쁘게 살아가리라 기대한다.
“노래하며 걸어갑시다! 이 지구를 위한 우리의 투쟁과 염려가 결코 우리 희망의 기쁨을 앗아가지 못합니다. 우리 자신을 온전히 바치고 아낌없이 내어주라고 권유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필요한 힘과 빛을 주십니다.”(찬미받으소서, 24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