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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공항 강행에 대한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선언문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은 경제성을 기준으로 타당성을 평가하였습니다. 곧 제2공항의 건설이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기에 타당하다판단하여 추진한 것입니다. 돈벌이를 하는 장사치들에게는 돈이 되는지의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이고 어쩌면 단 하나의 선택 기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은 경제성보다 더 중요한 필수 요인들을 분명히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곧 제2공항 건설이 가져오게 될 변화들을 제주도의 생태환경이 수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생태적 수용성과 제주도민의 삶이 제2공항 건설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사회적 수용성을 분명하게 점검해야 하는 것입니다. 2공항 건설로 인한 단기간의 건설경기와 그로 인한 일자리 창출만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제2공항 건설로 인하여 제주가 간직한 천혜의 생태환경이 파괴될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하여 천혜의 생태환경을 근본적인 관광자원으로 하는 제주관광산업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잘 보존된 생태 환경으로 인하여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제주의 농업과 축산업 그리고 어업에 종사하는 제주도민들의 삶이 지속 가능한지의 여부를 분명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곧 제2공항 건설과 이로 인한 유입 인구의 증가로 인해 제주의 생태환경이 빠르게 파괴되어 갈 경우에 장기적으로 농업과 축산업 그리고 어업에 종사하시는 제주도민들의 삶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도 다각적이며 전문적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제주 제2공항 건설은 일시적인 경제성을 이유로 장기적인 제주도의 생태적 수용성과 제주도민의 사회적 수용성은 간과되거나 철저히 무시되었습니다.

따라서 제주 제2공항 건설은 합당한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과정에서 균형개발이라는 슬로건이 입지 선정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제시되었습니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덜 된 지역의 균형 개발을 위해 제주시 동부지역에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산업과 관련되어 개발은 곧 자연환경의 파괴를 뜻합니다. 따라서 개발이 상대적으로 될 된 지역의 균형개발이란 말은 제주에서 가장 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을 훼손하겠다.’라는 말과 같습니다.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산업단지나 공업기지가 아닙니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자원과 제주도민의 독특한 삶의 문화를 유일한 관광자원으로 자랑하는 생태환경의 보물섬입니다. 세계적으로 생태환경의 파괴가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의심의 여지없이 미래에는 가장 잘 보존된 생태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고 보존된 생태환경을 체험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균형개발이라는 속임수로 순박한 제주도민을 속이면서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될 제주의 보물인 생태환경을 파괴하여 돈벌이를 하겠다는 염치없는 선언을 한 것입니다. 더구나 당연히 면밀히 이루어져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는 제2공항 건설 추진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단순한 요식행위로 이루어졌음이 공식 언론 보도를 통해 수차례 보도되었습니다.

따라서 제2공항은 입지타당성도 올바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2공항 사업은 국책 사업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대를 이어 고향에서 살아오던 이들이 어느 날 TV에서 이제 고향에서 떠나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보상을 받을 것이고, 주변 땅값이 오를 것이고, 관광객이 밀려와 돈을 벌 것이라고 현혹하지만 누가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는 명확히 알려 주지 않습니다. 성산포 지역은 이미 제주를 떠나 아시아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이미 성산포와 표선 일대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고 사람들이 찾아드는 이유는 공항이나 항만 혹은 거대한 호텔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웅장한 성산일출봉과 아름다운 표선 해안과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공항 인접 지역은 소음공해 지역이고 거주를 꺼리는 지역입니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은 정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제주까지 와서 항공기 이착륙 소리나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 제주시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거나 근처에서 밥을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귀포나 성산포 혹은 중문과 같은 관광지 근처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머물면서 제주의 멋과 맛을 즐기려 합니다. 육지에 살거나 다른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는 제주공항에서 한 시간 거리인 서귀포나 성산포 그리고 모슬포는 너무나 가까운 근접 거리입니다. 그런데도 이미 있는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다시 공항을 건설한다는 생각이 어떻게 가능한지 묻고 싶습니다.

섭지코지의 아픔을 떠올려 보고 싶습니다. 섭지코지는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꼽혔고 수많은 작품 사진의 배경이 되거나 유명한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로 선호되었습니다. 그런데 섭지코지 개발 사업이 추진되었습니다. 분명히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섭지코지의 개발은 결국 섭지코지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거대 자본과 중국 자본이 지역민의 보물인 아름다운 자연을 독식하면서 돈벌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섭지코지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자연을 독식하고 정작 지역주민들은 아름다운 풍광이 아니라 높게 솟은 시멘트 건물들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소소하게 지역주민들의 경제생활에 도움을 주던 방문객들은 호텔과 거대 시설을 방문하면서 실제적으로는 지역주민들의 경제생활에 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섭지코지의 자연이 잘 보전되었다면 지역주민들의 실제적인 경제생활에 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2공항이 건설되면 비행기를 탄 탑승객들은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하늘에서 볼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정작 성산포 주민들은 하루 종일 굉음을 내며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비행기들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제2공항 건설이 지역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단순히 돈을 벌게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유혹이 아니라 정확하고 분명한 설명을 해야 하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또한 행정은 지역주민들에게 무엇을 약속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2공항은 국책 사업이라는 말로 이러한 절차가 완전히 무시되었습니다.

따라서 제2공항은 건설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습니다.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항시설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0.3%이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7.7%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국토부가 계획 중인 제2공항 건설 방안에 대해서는 55.9% 반대하고 41.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적절한 공항 확충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58.2%가 현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좋겠다고 응답했고, 2공항 건설을 했으면 하는 응답자는 34.6%였습니다. 현 제주공항 확장방안에 대해서는 72.3%가 찬성을 하고, 24.8%만이 반대를 하였습니다. 더구나 제주도의회에서 제시한 도민 의견 수렴 방안에 대해서는 75.9%가 찬성하였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12.5%에 불과했습니다.

이상의 여론 조사를 통해 제주도민들은 공항시설의 확충은 필요하나 제2공항보다는 현 제주공항 확장을 선호하고 무엇보다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도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정은 지속적으로 완강하게 제2공항 공론화를 거부하고 있고 제주도의회의 도민 의견 수렴 방안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도민의 의견을 듣는 것은 갈등만 부추기는 것이고 국토교통부의 사업이기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정은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 헌법1조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정은 정당성을 지니지 못합니다.

따라서 제2공항 건설은 행정적 절차의 정당성도 상실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인간이 자연환경을 놓고서 즉각적 이용과 소비에 유익한 것 말고는 다른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경고하시고, 세계적인 생태적 회개를 요청하시면서 생활양식, 생산과 소비 양식 그리고 오늘날 사회를 다스리는, 이미 확립된 권력 구조의 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베네딕도 16세 교종님은 세계 경제의 역기능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고, 환경 존중을 보장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 성장 모델의 수정을 제안하셨습니다. 또한 자연환경은 실제로 인간 공존을 실현하는 문화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셨습니다.’ 이렇게 베네딕도 16세께서는 사회 환경의 변화가 자연환경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오고 또한 자연환경의 심각한 변화는 인간 사회에 다시 영향을 주게 됨을 명확하게 상기시켜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공동의 집인 지구가 처한 공멸의 위기 속에서 인류가 보편적 형제애를 깨닫고 공생의 길로 새롭게 걸어가기 위한 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이면 제주공항 이용객 수가 2,830만 명에 달해 수용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이면 제주 항공 수요가 3,000만 명을 넘는다고 예측했습니다.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예상은 천만다행으로 빗나갔습니다. 일본이 일본 전역을 방문하는 관광객 4,000만 명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 어려운 목표의 달성이 불투명해졌습니다. 2016년 하와이 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인 894만 명을 기록하자 제주도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지니고 있는 하와이에서는 관광객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더구나 하와이 관광청 이사회의 릭 프라이드 이사장은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하여 우리가 살펴야 할 것 중 하나가 수용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국토교통부는 일본 전역의 관광객 목표가 4천만 명인데 일본열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섬인 제주도의 항공 수요를 2020년에 3천만 명으로 예측하며 이 작은 섬에 3천만 명이 드나들면 제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오직 공항에 붐비는 사람들만 바라보는 철저하게 근시안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으며, 무식하다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사고력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 준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항공수요 예측이 이미 빗나갔음에도 한 번 추진한 사업이라고 강행하고 있는 모습은 제주 생태계와 제주도민의 삶에 대해서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무감각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는 이미 69만 명의 제주도민이 상주하고 있고 제주공항을 통해 연간 제주도민의 약 20배가 넘는 약 1,500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주도의 쓰레기처리 능력과 하수처리능력과 지하수 공급 능력은 제주도민과 지역주민의 수요를 감당해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주의 산과 바다와 대지는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음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생태환경의 파괴와 사회 환경의 변화는 범죄증가율, 이혼율, 중독자 수, 자살 증가율 등의 급격한 증가로 제주인들의 전통적인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한 경제적 수익은 제주도민들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거대 중국 자본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미래 관광 산업의 비전을 설정하고 양적 성장으로 인한 제주도 생태 자연 환경의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막고 관광 산업을 질적으로 성장시켜 제주가 제주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지역주민들에게 관광 수익이 고루 배분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단체연수나 단체 관광, 카지노나 골프 관광지가 아니라 가족 단위의 휴양지와 신혼여행지로서의 입지를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대기업 자본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실제적으로 관광 산업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지역 특색을 살린 작은 규모의 숙박 시설 개발과 지원, 자녀들이 동행하지 않고 연로한 부모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제주도 택시 관광의 활성화, 거대한 식당이나 체인점들 대신 제주도에서는 각 마을마다 지역의 특색 있는 가정식이나 노포들 인기를 끌 수 있는 관광생태계를 새롭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타 지역 자본들의 우후죽순처럼 설립한 제주의 자연과 역사 문화와는 전혀 관련 없는 박물관들이 아니나 각 지역마다 지역의 전설과 역사 풍토가 깃든 전시관이나 체험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도시처럼 개발된 관광지에서 도시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 치이고 도시에서 먹던 커피와 음식을 더 비싼 바가지요금을 주고 먹는 제주도가 아니라 비록 항공편을 마련하기 어렵더라도 한 번 오게 되면 잘 보존된 자연과 여유로운 거리와 고유한 문화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제주인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하며, 방문하는 마을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먹거리와 독특한 삶의 체험과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생태의 섬, 문화의 섬,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정은 국토교통부를 핑계로 제2공항 건설 강행을 알아서 받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간 1,5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의 수가 제주의 생태적 수용성과 제주 주민의 사회적 수용성에 비추어 적절한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제주 관광의 기대치와 만족도에 대한 세심한 분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제주도민들이 긴급한 의료나 사업상의 일로 육지를 방문할 경우를 대비한 항공권 쿼터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따라서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다음에 사안에 대해 요구합니다.

 

1.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경제적 타당성이전에 생태적 수용성’, ‘사회적 수용성’, ‘제주도의 자연환경과 제주도민의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지금이라도 면밀히 검토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제2공항 건설과 관련되어 당장 얻게 되는 눈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외에 오랜 기간을 통해 잃게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지역사회에 주민들에게 알려 주어야 합니다. 또한 생태환경의 파괴와 그로 인한 사회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하고 주민들에게 알려 주어야 합니다.

3.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의 관광 산업의 비전을 거대 자본의 유치, 대단위 숙박 시설, 거대한 관광타운 건설, 대규모 골프장 건설, 대형 면세점 개점, 특색 없는 박물관이나 놀이공원의 건설과 같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의 틀에서 벗어나 잘 보존된 생태관광, 제주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관광, 제주의 역사적 아픔을 알리고 평화를 교육하는 역사관광, 정신적 육체적 치유를 위한 휴양으로 인식전환을 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또한 이러한 제주의 관광 산업이 대기업이나 해외자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주지역 토착 자본과 제주도의 젊은이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4. 제주도의 생태환경이 급변하고 시대적 요구가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무리하게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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