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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이모저모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제82차 전교주일 담화문

(2008년 10월 19일)



“예수 그리스도의 종과 사도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전교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시대에도 지속되고 있는 복음 선포의 절박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도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선교 사명은 제삼천년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종과 사도”가 되도록 부름받은 모든 세례받은 사람에게 여전히 최고의 사명입니다. 저의 존경하는 ‘하느님의 종’ 바오로 6세 선임 교황께서는 이미 교황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에서 “복음화는 교회의 고유한 은총이고 소명이며, 교회의 가장 깊은 본성입니다.”(14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도적 헌신의 모범으로 특별히 이방인의 사도인 바오로 성인을 들고 싶습니다. 올해 우리가 바오로 사도를 위한 특별 희년을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의 해는 주님께서 선포하신 “가거라. 나는 너를 멀리 다른 민족들에게 보내려고 한다.”(사도 22,21)라는 말씀에 따라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선포할 사명을 받으신 이 유명한 사도를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이 특별 희년이 지역 교회들과 그리스도교 공동체들과 개별 신자들에게 주는,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고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힘을 널리 알리는 기회를 우리가 어찌 활용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로마 1,16 참조)


  해방되어야 하는 인류


  인류는 해방되고 구원되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대로 피조물 자체가 고난을 받으면서도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으리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로마 8,19-22 참조). 이러한 말씀은 오늘의 세상에서도 여전히 옳습니다. 피조물은 고난을 겪고 있습니다. 고난을 겪으며 참다운 자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조물은 다른, 더 나은 세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원”받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 새 세상이 새 사람, 곧 “하느님의 자녀들”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의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한편으로는 국제적 상황이 바람직한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전망을 제시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미래 자체에 대한 커다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폭력이, 많은 경우에 인간 관계와 민족 관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빈곤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인종적, 문화적, 종교적인 차별과 심지어 학대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조국을 등지고 다른 곳에서 피난처와 보호를 찾고 있습니다. 기술적 진보가 인간의 존엄과 선익, 그리고 연대성을 바탕으로 한 발전을 지향하지 않을 때, 그것은 희망의 요소가 되는 잠재력을 상실하고, 오히려 기존의 불균형과 불의를 악화시키는 위험을 가져옵니다. 더욱이 자원의 무차별적인 남용은 인간과 환경의 관계와 인류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망치는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미래는 또한 여러 가지 형태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실험을 통해 위험에 빠져있습니다.

  이러한 전망 앞에서 우리는 “희망과 고뇌의 와중에서 동요하고 … 불안에 짓눌려”(사목 헌장, 4항), 인류와 피조물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에 희망이 있는가? 혹은 인류에게 미래가 있기는 한가? 그렇다면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복음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줍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미래이십니다. 그리고 제가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리스도의 복음은 “삶을 변화시키는” 대화로서, 시간의 어두운 문을 열어젖히고 인류와 우주의 미래를 비추어주는 희망을 줍니다.(2항 참조)

  바오로 성인은 인류가 그리스도 안에서만 구원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음을 잘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의 희망이신”(1티모 1,1)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생명의 약속”(2티모 1,1)을 선포하여 모든 민족들이 복음을 통해 주어진 약속의 공동 상속자가 되고 공동 수혜자가 되도록 하는(에페 3,6 참조) 사명이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가 없으면 인류는 “이 세상에서 아무 희망도 가지지 못한 채 하느님 없이”(2,12) 살아간다는 것을, 곧 “하느님 없이 살았기 때문에 희망이 없었다는”(「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3항)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수많은 희망을 품을 수 있더라도 결국 삶 전체를 지탱하는 위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27항)


  사랑의 문제인 선교


  그러므로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것은 모든 이에게 중요한 의무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라고 말했습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도중에 바오로 사도는 구원과 선교가 하느님과 그분 사랑의 작용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바오로가 전령과 사도로서, 복음의 선포자요 스승으로서 로마 제국의 길을 나서도록 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스스로를 “사슬에 매여 있는 복음의 사절”(에페 6,20)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1코린 9,22) 바오로 사도의 경험을 보면서 우리는 선교 활동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를 구원하고 우리가 만민을 향해 선교(missio ad gentes)하도록 재촉합니다. 모든 이가 갈망하는 대로 개인 간, 인종 간, 민족 간에 조화와 정의와 친교가 자라나게 하는 것은 영적인 힘입니다(베네딕토 16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2항 참조). 그러기에 바로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교회를 인류의 변경으로 이끄시고, 또한 복음을 선포하는 이들이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창에 찔린 그분의 심장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흘러나오는 원천”(7항)에서 물을 마시도록 초대하십니다. 이 원천에서만 배려, 친절, 동정, 호의, 도움, 타인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복음을 전달하는 이들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를 온 세상에 퍼뜨리는 일에 온전히 무조건적으로 헌신하게 하는 다른 덕성들도 오직 이 원천에서만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복음화


  세상의 많은 지역에서 첫 복음화가 늘 필요하고 시급하지만 성직자와 성소의 부족으로 여러 교구와 봉헌 생활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모든 민족들을 복음화하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명령을 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재강조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복음화를 게을리 하거나 지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모든 인류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교회의 본연의 사명”(「현대의 복음 선교」, 14항)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명은 “여전히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고, 따라서 우리는 이 사명 수행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요한 바오로 2세, 「교회의 선교 사명」, 1항). 여기에서 바오로 사도의 꿈에 나타나서 “마케도니아로 건너와 저희를 도와주십시오.”라고 외친 마케도니아 사람을 어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복음 선포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희망과 사랑에 목말라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인류가 제기하는 이러한 도움의 요청을 받아 그리스도를 위하여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8항 참조).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깊은 데로 가십시오!”(duc in altum) 예수님의 초대를 받아들여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를 향해 저어나갑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늘 도와주신다는 확신으로 두려워 말고 그물을 던지십시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복음을 선포한다고 교만해질 이유가 없고 오히려 이는 의무요 기쁨임을 상기시키고 계십니다.(1코린 9,16 참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바오로 사도의 모범을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민족 여러분을 위하여 수인이 된”(에페 3,1) 것처럼 느끼고 있으며,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힘에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주교는 자신의 교구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축성된 것입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63항 참조) 주교는 바오로 사도처럼, 먼 곳에 있고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거나 혹은 해방시켜 주시는 그분의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주교의 사명은 형편이 되는 대로 복음화에 봉사하도록 사제와 평신도를 자발적으로 다른 교회들에 파견하여 교구 공동체 전체를 선교사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만민을 향한 선교는 사목 활동과 자선 활동 전체를 통합하고 수렴하는 원리가 됩니다.

  주교의 으뜸 협력자인 사랑하는 사제 여러분, 너그러운 목자요 열정적인 복음 선포자가 되기 바랍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사제들이, 최근 반포 50주년을 기념한 비오 12세의 회칙 「신앙의 선물」의 가르침에 따라 선교 지역으로 나아갔습니다. 저의 존경하는 ‘하느님의 종’ 비오 12세 선임 교황은 이 회칙을 통해 교회간의 협력에 힘을 불어넣으셨습니다. 저는 사제의 부족으로 인한 지역교회의 어려움 속에서도 선교에 대한 열정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남녀 수도자 여러분, 여러분의 성소는 강한 선교적 의미를 담고 있으니 그리스도를 지속적으로 증언하고 복음을 충실하게 따름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특히 멀리 있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주십시오.

  사랑하는 평신도 여러분,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분 모두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방법으로 복음 전파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여러분 앞에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아레오파고스인 세상이 복음화의 대상으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공동 여정의 목적지이며 이 여정 중에 선취된 새로운 사회에”(「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4항) 속한다는 것을 여러분의 삶을 통하여 증언하기 바랍니다.


  결  론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전교주일을 거행함으로써 복음 선포의 절실함을 모든 사람이 새롭게 깨닫게 되기 바랍니다. 저는 교회의 선교 활동을 위해 교황청 전교기구가 기여한 바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모든 공동체, 특히 어린 공동체를 위한 교황청 전교기구의 헌신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교황청 전교기구는 선교의 관점에서 하느님 백성에게 활기를 불어 넣고 그들을 양성하는 힘 있는 도구로서, 그리스도 신비체의 여러 지체들 간의 인적 물적 친교를 육성합니다. 전교주일에 모든 본당에서 모아지는 헌금이 교회의 친교와 상호 관심의 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역사의 모든 그림자”(「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49항)를 비추시는 “최고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빛이 모든 민족들 위에 비추도록 하는 근본적인 영적 수단인 기도를 더욱 열심히 드리기를 바랍니다. 선교사들의 사도적 활동과 세상 모든 곳의 교회들과 여러 가지 선교 활동에 종사하는 신자들을 주님께 맡기고, 바오로 사도와 “살아 있는 계약의 궤”요 복음화와 희망의 별이신 성모님의 전구를 간청하며 모든 이에게 사도로서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
2008년 5월 11일
베네딕토 16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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